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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도 주먹인사도 사라졌다, 작전하듯 진행된 장관 임명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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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김부겸 국무총리와 야당의 동의를 받지 못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등 4명의 신임 장관들을 임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김부겸 신임 국무총리와 장관들에게 임명장 수여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임혜숙 과기정보통신부 장관, 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김부겸 신임 국무총리와 장관들에게 임명장 수여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임혜숙 과기정보통신부 장관, 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뉴스1

이들의 임명재가와 임명식은 이날 새벽부터 작전을 펼치듯 신속하게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먼저 오전 7시 김 총리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2시간 뒤인 9시엔 임혜숙ㆍ노형욱 장관의 임명안이 추가로 재가됐다. 청와대는 당초 이날 오전 10시 20분으로 예고됐던 임명장 수여식에 김 총리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ㆍ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그러다 문 대통령의 긴급 재가 이후 참석자를 5명으로 늘렸다.

문 대통령은 전날 배우자의 ‘도자기 밀수’ 의혹에 휩싸였던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퇴를 수용했다. 그런 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본회의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김 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총리 후보자의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장이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하고 인준 표결에 야당이 불참한 것은 처음이다. 여당은 곧이어 야당 의원들의 반대 속에서 임ㆍ노 장관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들어 사실상 임명 강행된 인사는 31명이 됐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하며 짧은 덕담 외에는 별다른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악수는 물론 주먹인사도 없었다. 배우자들에게는 캐모마일과 은방울꽃, 몬스테라로 구성된 꽃다발을 수여했다. 청와대는 ”코로나를 극복하여 일상을 되찾고 포용과 도약을 통해 국민께 더 큰 희망과 행복을 안겨드릴 수 있도록 헌시해달라는 당부의 의미“라고 했다.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김진국 민정수석과 김외숙 인사수석은 수여식 내내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은 야당으로부터 부실 인사검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공격을 받고 있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수여식 전 김 총리와 잠시 별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임명장 수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임명장 수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비공개로 진행된 환담장에 가서야 입을 열었다. 그는 “김 총리가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일원으로 주요 국정과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며 “김 총리를 중심으로 마지막 1년을 결속력을 높여 단합해 달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했다. 유영민 비서실장은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었다.

김 총리는 문 대통령의 당부에 대해 “1기 내각은 팀워크가 좋고 서로 신명을 내서 일했다”며 “마지막 내각도 원팀이 되어서 대한민국 공동체가 앞으로 나가는 데 온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함께 임명된 장관들에게는 “장관님들, 우리 함께 열심히 합시다”라고 했다.

야당의 반대 속에서 임명된 임 장관은 “청문회를 거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시기에 과기부의 역할이 크다. 소통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노 장관은 “부동산 시장 안정과 투기 근절이 최우선 과제”라며 “정부의 공급대책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문 장관은 “코로나 이후 경제를 정상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수출확대, 탄소중립, 반도체 강국 구현 등 문 대통령의 최근 중점 추진 정책 등을 언급했다. 안 장관도 “청년과 여성 등 고용 취약계층의 고용 상황이 나아져 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하겠다”며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불평등 문제를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앞줄 왼쪽 세번째)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김부겸 총리 인준 강행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같은 시각, 문 대통령은 신임 국무위원들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진행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앞줄 왼쪽 세번째)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김부겸 총리 인준 강행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같은 시각, 문 대통령은 신임 국무위원들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진행했다. 뉴스1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국무위원들의 임명재가와 임명식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배경과 관련 “다음 주말 한ㆍ미 정상회담 등 중요한 일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사문제를 언제까지 끌고갈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이날 임명식을 계기로 국면전환을 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실제 임명식 직후 열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와의 회담의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인사와 관련된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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