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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뉴욕타임스 서울지국+유료구독 1000만 코앞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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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인터내셔널 부문을 총괄하는 스티븐 던바-존슨 회장이 11일 중앙일보ㆍ코리아중앙데일리와 인터뷰 뒤 서울지국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상문 기자

뉴욕타임스 인터내셔널 부문을 총괄하는 스티븐 던바-존슨 회장이 11일 중앙일보ㆍ코리아중앙데일리와 인터뷰 뒤 서울지국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상문 기자

뉴욕타임스(NYT) 서울 지국이 지난 11일 공식 오픈했다.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 대형 고층 건물의 한 층을 거의 다 쓴다. NYT 국제부문을 총괄하는 스티븐 던바-존슨 회장의 초대로 서울 지국을 둘러봤다.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던바-존슨 회장은 서울 지국 오픈에 맞춰 방한했다. 그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본사와 같은 테마와 디자인으로 구성하는 데 각별히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벽엔 NYT 기자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촬영한 사진 액자가 걸려있고, 서가엔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과 같은 한반도 관련 클래식 원서부터 『기초 한국어 회화』등 책이 눈에 띄었다. 기자 휴게실도 10개가 넘는데, 현재 지국 근무 에디터와 기자 숫자가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상적이다. 회의실도 여럿인데, 서울 지국이 아시아 허브라는 점을 고려해 이름을 ‘도쿄’ ‘베이징’으로 정했다고 한다.

NYT 서울 지국 곳곳엔 한반도 및 한국 문화 책들이 놓여있다. 전수진 기자

NYT 서울 지국 곳곳엔 한반도 및 한국 문화 책들이 놓여있다. 전수진 기자

던바-존슨 회장은 “홍콩을 떠나는 것은 슬픈 일이었으나 서울을 택한 것에 만족한다”며 “우리는 앞으로 5년, 10년, 20년 후까지 아시아에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유가 있다. NYT의 유료 구독자 확장의 새 장(章)을 열기 위해선 아시아가 블루 오션이기 때문이다. NYT는 2025년까지 유료 구독자 수 1000만명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이달 현재 유료 구독자 수는 약 780만이다. 던바-존슨 회장은 “현재 우리 유료 구독자 중 미국 이외 지역은 약 18%를 차지하는데, 대부분 유럽과 호주에 거주한다”며 “(미국 외) 유료구독자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게 단기 목표인데, 그를 위해서도 아시아 지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다(modest)고 보며, 초과 달성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시아 지역 독자를 위해 관련 지역 뉴스를 더 많이 제공할 것이며 그를 위해 서울 지국 규모도 키워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NYT에서 중앙일보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NYT의 영업이익은 5170만 달러(약 588억원)으로, 전년 동기(2020년 1~3월, 2730만 달러)에 비해 약 89% 성장했다. 1/4분기에만 16만7000명의 신규 유료 구독자가 발생했고, 전체 유료 구독으로 인한 매출은 38% 늘었다.  NYT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메레디스 코핏 레빈은 “뉴스뿐 아니라 요리ㆍ게임 및 뉴스듣기(Audm) 등에서 매출이 신장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딱 10년 전, NYT가 발표했던 2011년 1/4분기의 초라한 성적과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2011년 1/4분기 NYT의 순이익은 57.6% 추락했다. 지면 광고 매출 하락 때문이다. NYT는 곧 디지털 혁신으로 키를 돌렸고, 2011년 3월부터 유료 구독자 10만명을 기록했다. 그리고 10년 후인 지금, NYT는 2025년까지 유료 구독자 1000만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던바-존슨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괴로운 결정을 내려야 했고 험로를 헤쳐왔다”며 “그렇게 고통의 시간을 보낸 지금 우리의 디지털 전략의 결과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성공의 비결은 뭘까. 그는 “(매개 언어 및 포털 환경이 다른 미국 매체인) NYT의 모델이 한국의 매체 환경에도 그대로 적용될지는 모르겠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그럼에도, 현재와 같은 디지털 시대의 모든 언론 매체엔 변하지 않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첫째는 저널리즘, 둘째가 테크, 셋째가 고객이다. 그는 “인력과 장비에 투자를 해야 한다”며 “사업 환경이 어려운 데 돈을 더 들이라는 건 얼핏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왜일까. 그는 “어떤 분야이든,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라며 “NYT 역시 디지털 전환 이전엔 기자 숫자가 1200명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700명이며, 전 세계 지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NYT 서울 지국의 휴게실. 전수진 기자

NYT 서울 지국의 휴게실. 전수진 기자

두번째 목표 역시 중요하다. 던바-존슨 회장은 “좋은 콘텐트가 아무리 쌓여있다 해도, 그걸 디지털 환경의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다양한 방법을 실험하고 탐구하고 실행해야 한다”며 “그래픽뿐 아니라 비주얼 및 오디오 등의 개발자와 기자들이 잘 협업할 수 있도록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깔때기(funnel) 모델’이라 불렀다. 다양한 콘텐트를 집중시켜 독자에게 전달하는 깔때기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궁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들 모두 세 번째 조건이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던바-존슨 회장이 ”소비자”라고 부른 존재, 즉 독자들이다. 그는 “젊은 독자들의 성향을 잘 이해해야 하는데, 특히 앱이 구현되는 방식 등에서 그들이 불편함을 토로해온다면, 환영해 마땅하다”며 “독자들이 디지털 구현 방식에서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소통하는 것 자체가 디지털 유료화에선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회의실과 '도쿄' 회의실 중 어디가 더 클까? 정답은 후자다. 전수진 기자

'베이징' 회의실과 '도쿄' 회의실 중 어디가 더 클까? 정답은 후자다. 전수진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NYT에 앞으로 꽃길만 보장된 것은 아니다. .올해 1/4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인상적 성과를 거뒀지만, 2021년 전체로 보면 지난해보단 더딘 성장이 우려된다. 던바-존슨 회장은 “지난해엔 팬데믹부터 대통령 선거까지 겹쳐서 놀라울 정도로 유료 디지털 구독자가 증가했다”며 “올해는 좀 다를 수 있겠으나, 우리의 저널리즘과 디지털 본질에 충실하다면 1000만 유료 디지털 구독 모델은 서울 지국을 중심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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