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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미약 받아들이기 어렵다" 내장사 불지른 승려 징역 5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월 5일 오후 6시30분쯤 전북 정읍시 내장사 대웅전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한 소방관이 불길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5일 오후 6시30분쯤 전북 정읍시 내장사 대웅전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한 소방관이 불길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뉴스1

검찰, 일반건조물방화 혐의 기소

내장산에 둘러싸인 '천년 고찰' 내장사 대웅전에 불을 지른 50대 승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원 정읍지원 12일 선고

전주지법 정읍지원 형사1부(부장 박근정)는 12일 일반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승려 최모(54)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 3월 5일 오후 6시30분쯤 내장사 대웅전에 인화 물질을 끼얹고 불을 지른 혐의다.

내장사 대웅전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로 경찰에 붙잡힌 승려 최모(54)씨가 지난 3월 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도착한 전주지법 정읍지원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내장사 대웅전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로 경찰에 붙잡힌 승려 최모(54)씨가 지난 3월 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도착한 전주지법 정읍지원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재판부 "불자와 정읍 시민 상실감" 

재판부는 "피고인은 2016년 노래방의 재물을 손괴하고 업무를 방해한 전력이 있는데 (이번 범행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소실된 대웅전은 불교 신자들은 물론 정읍 시민에게 높은 자긍심을 심어준 상징적 문화유산"이라며 "2012년 소실된 대웅전은 정읍 시민의 염원으로 재건됐는데, 이를 수호해야 할 승려로 인해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해 정읍 시민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실감에 빠졌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로 범행했다는 심신 미약을 주장하고 있지만,  범행 경위나 결과 등을 정확히 진술한 점을 보면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피해 복구를 위해 어떠한 것도 하지 않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잿더미로 변한 내장사 대웅전. 정읍=김준희 기자

잿더미로 변한 내장사 대웅전. 정읍=김준희 기자

피고인 "일부 스님과 갈등" 내장사 "사이 좋아" 

경찰 등에 따르면 최씨는 범행 직후인 3월 5일 오후 6시37분쯤 "내장사 내 대웅전에서 불이 났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불은 오후 9시10분쯤 완전히 진화됐지만, 1층 목조 건물인 대웅전(165㎡)은 전소한 뒤였다. 이 불로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대웅전이 모두 타 소방서 추산 17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최씨는 화재 현장에서 머무르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내장사에 따르면 당시 이 절에는 승려 6명이 있고, 불을 지른 최씨는 이 중 한 명이었다. 최씨는 승가대 졸업 후 지난 1월 13일 내장사에 왔다고 한다.

최씨는 경찰에서 "내장사에 머무는 동안 일부 스님과 갈등을 빚으면서 술을 마시고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3월 7일 정읍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전 경찰에 직접 신고한 이유를 묻는 말에 "주변 산(내장산)으로 번지면 안 되니까…."라고 대답했다.

전북 정읍의 '천년 고찰' 내장사 대웅전 방화 사건과 관련해 조계종 총무원 승려 50여 명이 지난 3월 15일 참회의 1080배를 올리며 공개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정읍의 '천년 고찰' 내장사 대웅전 방화 사건과 관련해 조계종 총무원 승려 50여 명이 지난 3월 15일 참회의 1080배를 올리며 공개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계종 스님들 '1080배' 공개 사죄 

반면 당시 내장사 측은 "최씨는 오랫동안 수행한 스님은 아니지만, 다른 스님들과 사이가 좋았다"며 "우리도 방화 소식을 듣고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내장사 방화 사건'에 대한 책임론이 일자 조계종 총무원 승려 50여 명은 지난 3월 15일 참회의 1080배를 올리며 공개 사죄했다.

정읍=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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