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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속내는 백신 아닌 제재완화, "위장백신 의심할수도"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가려운 곳’을 긁는 방식으로 손짓을 이어가고 있다.

미, "외교 기회 잡아라" 이어 "백신지원" 북한에 공개 제안 #"대북적대시 정책 제안이 우선" 주장해온 입장 바꿀지 주목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6일 "현재 세계적인 악성비루스(코로나 19) 전파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은 명명백백한 주지의 사실로 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신문은 "왁찐(백신)이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백신의 효능을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뉴스 1]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6일 "현재 세계적인 악성비루스(코로나 19) 전파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은 명명백백한 주지의 사실로 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신문은 "왁찐(백신)이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백신의 효능을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뉴스 1]

미국 CNN방송은 1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에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고 인도적 지원을 하는 데 열려있다 ”고 보도했다. 지난 3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미국의 새 대북정책을 설명하며 “북한이 외교의 기회를 잡으라”고 공개적으로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 지 8일 만이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의 새 대북정책이 어떻게 짜였는지, 그리고 코로나 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백신에도 관심이 클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이런 관심 사안 두 가지를 이용해 북한에 접근을 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지난 1월 20일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새 대북정책을 완성했고,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을 위해 발을 뗐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지난 2월 미국의 접촉 제안을 ‘무시’로 일관했던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북·미 실무협상의 실무책임자 격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3월 17일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북)ㆍ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 질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북)는 앞으로도 계속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고려하면 북한이 미국의 최근 두 차례 공개제안을 어떻게 평가하느냐, 즉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의 일환으로 보느냐에 따라 북한의 향후 대응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일단 12일 오후 12시 현재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선 중국과 러시아라는 정치ㆍ경제적 ‘뒷 배’가 있음에도 미국의 제안을 받아 들인다면 정치적 화해 제스처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대북정책에서 협상과 제재라는 두 가지 카드를 활용해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기조를 정했다”며 “일단 협상에 방점을 두고 연이어 당근을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움직임을 기대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난해 2월 국경을 완전히 닫은지 1년이 훨씬 지나면서 내부 자원이 고갈됐고, 백신에 대한 필요성이 절박한 상황에서 미국의 제안이 솔깃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북한이 이를 적대시정책 철회로 간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제안 내용이 북한 입장에선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북한이 사전 물밑접촉을 통한 정지작업 없이 아무 조건없이 곧장 받아 들일 경우, 자신들이 그동안 강조해 왔던 자력갱생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또 미국에 대한 굴복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19 백신에 대한 북한의 의심어린 눈초리가 관건이란 지적도 있다. 북한은 최근까지 ‘코로나 19 확진자 제로(0)’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만큼 백신이 보급된 지 1년도 안됐고, 부작용에 대한 보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산 백신을 지원받으러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6일 "코로나 바이러스의 장기화가 명명백백하다"며 "왁찐(백신)이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미국이 순수한 인도적 목적에서 지원 의사를 밝혔더라도 북한은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북한 내부에선 미국이 백신에 오히려 코로나 균을 주입해서 들여보내 자신들의 체제를 전복시키려 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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