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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 대박 영미 소설앱…창업자는 31세 한국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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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의 창업자로 카카오에 5000억원 규모의 딜을 성공시킨 이승윤 대표. 한국인 첫 영국 옥스퍼드대 유니언 회장도 역임했다.

미국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의 창업자로 카카오에 5000억원 규모의 딜을 성공시킨 이승윤 대표. 한국인 첫 영국 옥스퍼드대 유니언 회장도 역임했다.

카카오가 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11일 발표한 미국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Radish·사진)의 창업자 이승윤 대표는 올해 31세다.

옥스퍼드 유학생 출신 이승윤 대표 #창업 5년된 래디쉬, 카카오에 M&A #영미선 ‘웹소설계 넷플릭스’ 불려 #“멀리 보고 정성투자 쌓으니 통해”

2013년 이 대표는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생이자 중앙일보 객원기자였다. 옥스퍼드의 학생 토론 동아리이자 토니 블레어부터 데이비드 캐머런 등 정치인의 산실인 옥스퍼드 유니언의 첫 한국인 회장을 역임한 직후였다. 그해 3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해 예산이 20억원인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을 하며) 큰돈을 만져보니 경제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했던 그는 8년 후 5000억원 규모 인수합병의 주인공이 됐다.

래디쉬 앱

래디쉬 앱

옥스퍼드 진학 당시 그의 꿈은 정치인이었지만, 유니언 회장을 거치면서 진로를 수정했다. 경제계에 뛰어들어 자수성가한 기업인이 되고 싶었고, 저널리즘 스타트업인 바이라인(Byline)을 2014년 시작했다. 기존 언론 매체와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일정 주제에 천착하는 방식을 취했다.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 단독 인터뷰부터 미국의 저명한 언론학자 노엄 촘스키 인터뷰를 소화했다.

사업적 측면에서 바이라인은 그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의미는 컸지만 큰돈이 되지 않았다. 옥스퍼드 동기들은 유명 투자은행(IB)이나 로펌에서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소설과 영화, 언론 기사들을 많이 접하면서 콘텐트와 미디어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며 “‘만약 실패하면 어쩌나’라는 질문을 스스로 끊임없이 던졌지만, 더 이상 후퇴는 없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그는 2016년 래디쉬를 창업했다. 영어 웹소설 공유 플랫폼으로, 영미권에선 때로 ‘소설계의 넷플릭스’라고 불린다. 영상매체도 아니고 소설에 집중했다는 점과, 소설을 한 명의 작가가 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돌아가는 공동 집단 창작 시스템의 도입이란 점이 흥미롭다. 래디쉬 앱을 깔면 하루에도 3회 정도 ‘새 에피소드 등록’ 알람이 뜬다.

가까운 이익 대신 멀리 보는 전략도 주효했다. 수익을 5대5로 나누는 정책을 취하면서 작가들 사이에서 ‘착한 창업주’로 입소문을 탔고, 양질 콘텐트 확보가 가능했다. 미국 웹소설 플랫폼 중 매출 기준으로 5위권, 연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230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첫 5년간은 열심히 버텼고, 정성적 투자가 쌓이니 정량적으로도 폭발하는 시점이 왔다”며 “한때는 대출도 받을 수가 없어 친구의 도움을 받았고, 더 이상 나는 일반 기업엔 취업이 불가능한 사람이 돼간다는 현실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나 ‘집 없는 억만장자’로 불린 니콜라스 베르그루엔과 같은 멘토를 찾기도 했다. 베르그루엔은 지난주 카카오 인수 소식을 전한 이 대표에게 “너에게 항상 믿음을 갖고 있었다”며 “이제 다음 계획은 뭐냐”는 연락을 취해왔다고 한다.

다음 계획은 뭘까. 이 대표는 “일단 현업에 충실하되, 미래엔 미디어나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래디쉬를 발판으로 북미 시장으로의 확장을 꾀하게 됐다. 래디쉬는 인수 뒤에도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한다. 동시에 이 대표는 카카오의 글로벌 전략 담당(GSO)으로 카카오엔터의 북미 및 유럽 시장 진출을 지휘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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