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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루 확진 7000명 육박, 국민 59% “올림픽 취소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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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9일 올림픽 육상 테스트 대회가 열린 도쿄 국립경기장 주변에서 100여 명이 모여 도쿄 올림픽 개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9일 올림픽 육상 테스트 대회가 열린 도쿄 국립경기장 주변에서 100여 명이 모여 도쿄 올림픽 개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는 7월 23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을 취소하라는 요구가 일본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프라인·온라인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선수 사이에서도 “개최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림픽 취소의 날’을 뜻하는 ‘X 데이’라는 말도 관계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올림픽 전 모든 국민 접종’ 불발 #대회 중지 온라인 청원 32만 서명 #외신 “코로나 대응 아시아서 최악” #반년 뒤 베이징과 비교될까 우려

지난 9일 올림픽 육상 테스트 대회가 열린 도쿄 국립경기장 주변에선 100여 명이 모여 “올림픽은 필요 없다” “올림픽보다 목숨이 중요하다”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온라인 청원사이트(chang.org)에서 진행 중인 ‘올림픽 중지’ 서명에는 10일 오전까지 32만 명이 참가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선 올림픽 대표로 선발된 선수들에게 “불참을 선언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진다. 이날 일본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6996명으로 지난 1월 10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요미우리 신문이 10일 보도한 여론조사에선 “중지(취소)해야 한다”는 응답이 59%, 무관중 개최 의견이 23%였다. 대회가 열리는 도쿄에선 취소 의견이 61%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이 온 건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의 조기 접종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약속했던 ‘올림픽 이전 전 국민 백신 접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 CNN방송은 지난달 올림픽 개막을 100일 앞두고 내놓은 기사에서 “참가 선수들이 전원 백신을 맞는다고 해도 접종하지 않은 일본인 자원봉사자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조직위원회에 자원봉사자들의 안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물었더니 “작은 소독액 1개와 2개의 마스크를 지급한다”고 답했다는 내용도 전하며 일본 측의 준비 부족을 꼬집었다.

의학전문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은 4월 14일에 게재한 논문은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을 “아시아 최악”으로 평가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일본은 봉쇄에 성공하지 못했고,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 조짐이 있었는데도 두 번째 비상사태 선언을 해제해 결국 재확산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 발생한 도쿄 확진자의 약 70%가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였다.

마이니치는 10일 이런 상황에서도 올림픽을 취소하지 못하는 건 수익의 약 70%를 올림픽 방영권 판매로 얻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IOC는 미국 NBC 방송과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부터 2032년 여름 올림픽까지 모두 120억3000만 달러(약 13조4000억원)의 거액 계약을 맺었다. 도쿄올림픽을 중지하면 IOC는 NBC에 상당액을 물어줘야 한다.

일본 정부로서도 올림픽을 취소하면 2013년 이후 투자한 1조6440억 엔(약 16조8000억원)을 날리는 것은 물론 IOC로부터 거액의 보상 요구를 받을 수도 있다. 일부에선 “도쿄 여름 올림픽을 취소했는데 반년 뒤 베이징 겨울 올림픽이 개최되면 일본의 국제적 위상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마이니치는 검사 수가 좀처럼 늘지 않고 백신 접종이 더딘 현 상황에 대해 “정치적 리더십이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일본의 코로나19 추적·격리 시스템은 신뢰할 수 없으므로 올림픽의 안전한 개최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일본에선 그동안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자는 ‘관망파’가 많았지만 최근 확산세가 계속되고 병상 부족으로 입원도 못 하고 숨지는 사람들이 나오면서 여론이 돌아서고 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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