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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 또렷한데···文 "차기 대통령 덕목은 균형감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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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과 함께 해야 할 테고, 그리고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다음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시대정신을 “우리 역사가 발전해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정의내리며 “공감을 통해서 찾아야 한다라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친후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친후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균형 감각에 대해선 “시대적 과제라고 하더라도 그 과제는 그 속도라든지 실천 방법이라든지 여러 가지 면에서 국민들이 함께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균형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야권에선 소위 '조국 사태' 등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균형감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의 덕목으로 이를 언급한 건 인상적이란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인정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관련 질문에 대한 답이긴 했지만 “원전 수사 등 여러 가지 수사를 보더라도 이제 검찰은 별로 청와대 권력을 겁내지 않는 것 같다”라는 말도 했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관련 수사는 윤 전 총장 재임시 착수돼 3명의 공무원이 기소됐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금태섭 전 의원의 휴대전화에 2만0618개 '문자 폭탄'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중앙포토

금태섭 전 의원의 휴대전화에 2만0618개 '문자 폭탄'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중앙포토

여당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극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에 대해 문 대통령은 “문자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청와대에도 국민청원 이런 쪽에 폭주하고 있다”며 문자폭탄과 국민청원을 동일선상에 놓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장병들에게 휴대폰 사용이 허용되니까 그동안 덮어졌던 병영문화의 개선을 바라는 모습들이 분출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지 않냐”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하는 분들이 그런 문자에 대해서 조금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바라봐도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당내 대통령 후보 선출 직후에도 극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을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 준 양념”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이번엔 “예의있고 설득력을 갖출 때 그 지지를 넓힐 수 있는 것이지, 반대로 그 문자 (메시지)가 거칠고 무례하면 오히려 지지를 더 갉아먹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신을 지지하는 소위 ‘강성 문파’들을 향해서도 “정말 저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이라면 문자에 대해서 더 예의를 갖추고 상대를 배려하고, 보다 공감받고 지지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해주시기를 간곡하게 당부드리고 싶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친 뒤 질의 할 기자를 지정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친 뒤 질의 할 기자를 지정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정책실패로 낙인 찍히며 그동안 언급을 삼갔던 ‘소득주도 성장’을 2019년 11월 이후 1년 반만에 다시 언급했다. 그 효과에 대해 “고용 안전망과 사회 안전망이 강화되고 분배지표가 개선되는 등의 긍정적 성과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다만 “코로나 위기가 흐름을 역류시켰다”며 최근 불평등 심화의 원인을 코로나19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해 설치됐던 프롬프터가 이날엔 사라졌다. 프롬프터 관련 논란을 애초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이 끝난 뒤 프롬프터에 “원론적인 답변부터 하시면서 시간을 끌어 보십시오”라는 문구가 합성된 가짜 사진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시의 북핵 상황을 설명하며 취임 시점을 2017년이 아닌 “1917년”이라고 말하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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