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혐 논란에 빠진 박나래…경찰은 뭔 법 적용할지도 못정해

중앙일보

입력 2021.05.10 05:00

개그우먼 박나래가 웹예능 방송 중 인형을 갖고 노는 장면으로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 유튜브 헤이나래

개그우먼 박나래가 웹예능 방송 중 인형을 갖고 노는 장면으로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 유튜브 헤이나래

인기 개그우먼 박나래씨가 유튜브 방송에서 남성 인형을 들고 한 행동과 발언으로 촉발된 ‘성희롱 논란’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박씨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범죄 혐의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무혐의 처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男 인형 성희롱’ 박나래 경찰 수사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코미디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코미디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달 30일부터 방송인 박나래의 성희롱 관련 발언과 행동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국민신문고에 박나래를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유통 혐의 등으로 수사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됐고 사건이 경찰에 이첩됐다.

앞서 박씨는 지난 3월 ‘헤이나래’라는 유튜브 방송에서 ‘암스트롱’이라는 남성 인형의 옷을 갈아입히면서 인형의 손을 당겨 인형의 사타구니 부위를 가리거나 팔을 밀어 넣는 등의 행동을 했다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헤이나래는 이른바 ‘어린이 대통령’이라 불리는 키즈 유튜버인 헤이지니와 ‘19금 개그우먼’으로 불리는 박나래가 함께 출연하는 웹 예능으로 지난 3월 9일 첫 방송부터 관심을 모았다.

경찰 내부에선 사건 배당부터 논란

경찰 내부에서는 범죄 혐의 입증에 고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나래의 성희롱성 언행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이 접수됐지만, 이 법률을 적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사건 배당을 두고도 여성청소년범죄 수사팀과 사이버수사팀 중에 어디에 해야 할지 논란이 많았다”며 “유튜브 영상을 확보해 처벌이 가능한 사안인지 검토 중이지만, 수사팀이 아직 어떤 법률을 적용할 수 있을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토 결과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경찰은 이를 각하하거나 피고발인 조사 없이 내사 종결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경찰은 고발인 조사를 마쳤으나 아직 피고발인인 박씨는 조사하지 않았다. 박씨는 소속사를 통해 “경찰에서 조사 중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수사 요청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형사처벌 받을지는 미지수”

GS25의 경품 이벤트 포스터.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자 결국 삭제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GS25의 경품 이벤트 포스터.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자 결국 삭제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박씨의 성희롱 논란은 최근 이른바 ‘남혐(남성혐오) 논란’ 등 젠더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더 확산한 측면이 있다. 남성 유저가 많은 온라인 공간에서는 “남성 연예인이 여성 인형으로 저런 행동을 했다면 은퇴해야 한다”면서 “강력 처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처벌 가능성을 낮게 보는 편이다. 정찬 변호사(법무법인 비츠로)는 “카카오톡으로 성적 발언을 하거나 음란 영상을 보내는 행위가 음란행위로 처벌받는 것처럼 이번 사건 역시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해당한다”며 “성적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발언과 행동이었고, 모든 연령대가 볼 수 있는 유튜브 방송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만 박나래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면 검찰에 송치되더라도 기소유예를 받아 실제로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성희롱·음란정보 아냐”

일부 시민단체는 무혐의 처분을 촉구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오픈넷’은 지난 7일 ‘박나래는 무죄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박나래의 언행이 성희롱과 음란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픈넷은 법 조항과 판례를 거론하며 “성희롱은 지위 또는 업무 관련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면서 “박나래의 경우 구체적인 개인으로 특정할 수 없는 시청자 혹은 그 영상을 보고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는 잠재적인 시청자는 성희롱 피해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불법음란정보 유통에 대해서도 이들은 “문제된 표현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로 노골적인 성적 행위를 묘사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며 “단순히 일부 시청자들의 성적 수치심을 해하였다거나 저속, 문란하다는 이유로 불법 음란물 유통의 혐의를 받아야 한다면, 19금 소재의 모든 표현행위가 형사처벌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성적 담론을 확장하고 소외되었던 여성의 성적 주체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과감한 시도들은 긍정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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