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대한 찬반을 놓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송 대표는 인사 청문보고서 채택 기한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4주년 특별연설이 열리는 10일까지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송 대표가 당 안팎의 의견을 두루 듣고 있다”며 “후보자 임명 찬반에 대해 가닥이 잡힌 건 없다. 송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논의해 당의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 6일 윤호중 원내대표와 김영호 대표 비서실장 등에게 “의원단 의견을 수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윤 원내대표와 김 실장 등은 국민의힘이 자진 사퇴를 요구한 임·박 후보자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 참여했던 의원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후 윤 원내대표는 송 대표에게 “대체적인 의견은 ‘낙마시킬 정도로 크게 잘못이 있는 건 아니다’였다”며 “과거 사례와 비교했을 때도 잘못이 심하지 않다는 의견이 주였다”고 전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7대 인사 원칙인 ▶위장전입 ▶논문표절 ▶탈세 ▶병역기피 ▶부동산투기 ▶음주운전 ▶성범죄 등을 기준으로 볼 때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위장전입·논문표절(임 후보자)과 탈세(박 후보자) 등 기준에 어긋나는 경우도 있지만, 과거에도 같은 문제를 일으킨 후보들이 임명되어 온 만큼 형평성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권 초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은 위장전입 논란에도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했다. 한 청문회 참석 의원은 “국민의힘이 표적삼은 세 후보자 모두 직무수행이 어려울 만큼의 중대한 잘못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에선 ‘국민 눈높이’를 기준점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송 대표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의원 중에는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후보가 있으면 당에서 부적격으로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재선 의원도 “4·7 재·보선 패배 이후 청와대의 첫인사란 점에서 ‘민심을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새 지도부가 쇄신론을 내건 만큼 ‘과거보다 잘못이 덜하다’는 인식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 후보자 중에 특히 임·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반대 목소리가 강하다고 한다. 가족 동반 해외출장(임 후보자)이나 부인의 도자기 밀수(박 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임 후보자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연구재단에서 4316만원을 지원받아 총 6건의 해외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그중 4건은 장녀(28)·차녀(23)와 함께였다. 박 후보자는 2018년 영국 파견 근무를 마치고 귀국할 때 부인이 해외 이사대행 업체를 통해 다량의 찻잔을 들여와 불법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노형욱 후보자에 대해서는 강공 분위기다. 차기 국토부 장관은 정권 말 부동산 대책을 진두지휘하는 만큼 가볍게 낙마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송 대표가 노 후보자는 지키고, 임·박 후보자 중 최소 1명을 낙마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의 결정은 9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당의 입장을 전달하고 조율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10일 국정운영 방침을 밝히는 특별연설을 하기 때문에 인사문제를 미리 정리해 논란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