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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노·박 다 안고 갈 순 없다? 청문시한 하루전, 송영길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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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9일 고위당정청 참석을 통해 임혜숙 과기부,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임명 찬반 여부에 대해서 청와대와 상의한다. 오종택 기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9일 고위당정청 참석을 통해 임혜숙 과기부,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임명 찬반 여부에 대해서 청와대와 상의한다. 오종택 기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대한 찬반을 놓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송 대표는 인사 청문보고서 채택 기한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4주년 특별연설이 열리는 10일까지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송 대표가 당 안팎의 의견을 두루 듣고 있다”며 “후보자 임명 찬반에 대해 가닥이 잡힌 건 없다. 송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논의해 당의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 6일 윤호중 원내대표와 김영호 대표 비서실장 등에게 “의원단 의견을 수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윤 원내대표와 김 실장 등은 국민의힘이 자진 사퇴를 요구한 임·박 후보자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 참여했던 의원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후 윤 원내대표는 송 대표에게 “대체적인 의견은 ‘낙마시킬 정도로 크게 잘못이 있는 건 아니다’였다”며 “과거 사례와 비교했을 때도 잘못이 심하지 않다는 의견이 주였다”고 전했다고 한다.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가족 동반 해외 출장 의혹을,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부인의 도자기 밀수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선례에 비해 무거운 잘못은 아니나 국민 공분이 큰 사안"이라고 반응했다. 연합뉴스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가족 동반 해외 출장 의혹을,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부인의 도자기 밀수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선례에 비해 무거운 잘못은 아니나 국민 공분이 큰 사안"이라고 반응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7대 인사 원칙인 ▶위장전입 ▶논문표절 ▶탈세 ▶병역기피 ▶부동산투기 ▶음주운전 ▶성범죄 등을 기준으로 볼 때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위장전입·논문표절(임 후보자)과 탈세(박 후보자) 등 기준에 어긋나는 경우도 있지만, 과거에도 같은 문제를 일으킨 후보들이 임명되어 온 만큼 형평성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권 초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은 위장전입 논란에도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했다. 한 청문회 참석 의원은 “국민의힘이 표적삼은 세 후보자 모두 직무수행이 어려울 만큼의 중대한 잘못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에선 ‘국민 눈높이’를 기준점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송 대표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의원 중에는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후보가 있으면 당에서 부적격으로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재선 의원도 “4·7 재·보선 패배 이후 청와대의 첫인사란 점에서 ‘민심을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새 지도부가 쇄신론을 내건 만큼 ‘과거보다 잘못이 덜하다’는 인식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 후보자 중에 특히 임·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반대 목소리가 강하다고 한다. 가족 동반 해외출장(임 후보자)이나 부인의 도자기 밀수(박 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임 후보자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연구재단에서 4316만원을 지원받아 총 6건의 해외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그중 4건은 장녀(28)·차녀(23)와 함께였다. 박 후보자는 2018년 영국 파견 근무를 마치고 귀국할 때 부인이 해외 이사대행 업체를 통해 다량의 찻잔을 들여와 불법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2011년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분양 받은 뒤 자신은 관사에 머물며 실거주 하지 않고 2017년 매각해 2억3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오종택 기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2011년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분양 받은 뒤 자신은 관사에 머물며 실거주 하지 않고 2017년 매각해 2억3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오종택 기자

다만 민주당은 노형욱 후보자에 대해서는 강공 분위기다. 차기 국토부 장관은 정권 말 부동산 대책을 진두지휘하는 만큼 가볍게 낙마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송 대표가 노 후보자는 지키고, 임·박 후보자 중 최소 1명을 낙마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의 결정은 9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당의 입장을 전달하고 조율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10일 국정운영 방침을 밝히는 특별연설을 하기 때문에 인사문제를 미리 정리해 논란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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