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산수 안충기 지음, 동아시아
작가는 누군가 자신을 띄우면 몸서리를 치곤 한다. 그래서인지, 본인 스스로 몸을 띄웠다. 상공 2㎞쯤에서, 45도 혹은 60도 그 어드메의 기울기로 우리 땅을 ‘지긋이’ 내려본다.
이 32년 차 기자이자 14년 차 화가는 땅으로 내려와선 ‘지긋이’ 펜촉을 종이 위에 누른다. 0.05㎜ 굵기, 세밀하나 농밀한 그의 터치가 이어진다. 우리네 산, 들, 물을 향한 그의 따스한 시선이 펜화로 옮겨진다.
비행기에서 우리 땅을 굽어보다 이거다 싶어 그리기 시작했다. 산에 오르거나 들을 거닐었다. 미리 '거기, 누구'를 찍거나 '어쩌다 누구' 등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꾸역꾸역' 8시간 동안 7㎤를 그린다. 막걸리처럼 털털하고 숭늉처럼 구수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부산은 전쟁 난리통에 음식 백화점이 됐고, 제주는 '동아시아의 배꼽'이다. 광주에서 '귄의 예술' 향기를 맡고, 오산에서 40년 전 커피 향을 떠올린다. 강진에서는 '옴천면장 맥주 따르대끼'란 말이 있단다. 평창에서 주인 할머니의 어두운 셈에 덜 받고만, 고춧가루 묻은 거스름돈을 손에 쥐고 모른 척 음식점을 나온다.
4년 6개월 걸린 250.5cm✕73.5cm 대작 '강북전도'는 백미다. 이 작품에 실수로 떨어뜨린 먹물을 작가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그리고 왜 이 펜화가 '저고리'로 불렸을까. 광화문 펜화 속, 수성동 개천에 장어가 팔딱거린다.
이렇게 '상상력 반, 엉덩이 반'으로 역사와 지리, 사람을 껴안는 도시 32곳, 43장의 지난한 펜화가 태어났다. 작가는 "산이나 타워 등 높은 곳에 올라 도시의 뼈대를 추린 뒤, 덜어낼 건 덜어내고 드러낼 건 드러냈다"고 했다. 신문에 연재한 걸 책으로 옮겼다.
그가 실제로 공중부양하듯 하늘에 올라 펜화를 그린 적은 없다. 평양의 공중을 부유하진 않았을 터. 눈만 하늘로 옮겼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다. 그래서 '비행장년'인 그의 페이스북에 그를 '전지적'으로 묘사하는 댓글도 보인다. 다시 만나기 힘든 책이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