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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민폐’ 中 로켓잔해물 내일쯤 지구 추락…한반도 가능성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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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추진 중인 유인 우주정거장 톈궁 조감도. 지구로 추락중인 우주발사체는 이 정거장의 핵심 모듈을 싣고 우주로 갔다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예정이다. [사진 중국국가항천국]

중국이 추진 중인 유인 우주정거장 톈궁 조감도. 지구로 추락중인 우주발사체는 이 정거장의 핵심 모듈을 싣고 우주로 갔다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예정이다. [사진 중국국가항천국]

중국 우주발사체(창정-5B호)의 일부 잔해물이 지구로 추락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자국 영토로 잔해물이 낙하할 경우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국내에서도 실시간 감시에 돌입했다.

미국의 비영리 우주연구기관 스페이스코퍼레이션은 “협정세계시(UTC) 기준 8일 오전 5시30분에서 9일 오후 11시30분 사이에 창정-5B호의 일부 잔해가 지표면에 닿을 것”이라고 7일 전망했다. 한국 시간으로는 주말인 8일 오후 2시30분부터 10일 오전 8시30분 사이다.

“최대 10t 물체 지구로 떨어질 가능성”

중국 우주발사체 창정-5B호잔해물 추락 예측 궤도. 그래픽 김주원 기자

중국 우주발사체 창정-5B호잔해물 추락 예측 궤도. 그래픽 김주원 기자

창정-5B호 로켓은 길이가 30여m, 무게 21t이 넘는 대형 로켓이다. 로켓 본체의 일부는 대기권에서 타버리거나 바다에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워낙 덩치가 커서 대기권에서 모두 소각되지 않고 잔해가 지상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로켓의 일부 잔해물이 대기권을 뚫고 주택지나 도심 한가운데 떨어진다면 막대한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조너선 맥도웰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박사는 7일 영국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우주 쓰레기’의 궤도를 관찰하고 있다”며 “만약 창정-5B호가 대기권에 재돌입한다면 이는 역대 가장 크고 통제되지 않은 우주 쓰레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기권에서 타버리지 않고 통과한 로켓의 무게는 최대 10t에 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 뉴욕 또는 스페인 마드리드, 중국 베이징, 뉴질랜드 웰링턴 등이 추락 후보 지역에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북위 33~38도에 있는 한국은 여기서 벗어나 있다.

하지만 거대한 로켓 잔해가 실제로 어디로 떨어질지는 특정하기 어렵다. 워낙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대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물체의 이동 경로를 어느 정도 계산할 수 있지만, 대기의 영향을 받는 대기권에서는 이동 방향을 예측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 존 커비 미국 국방성은 대변인은 “이 로켓이 대기권에 진입하기 몇 시간 전에나 구체적인 추락 지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 스페인 마드리드 가능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구로 추락하고 있는 중국 우주발사체 '창정-5B호'의 잔해물 추락 현황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추락예측 궤도.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구로 추락하고 있는 중국 우주발사체 '창정-5B호'의 잔해물 추락 현황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추락예측 궤도.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한 우주 쓰레기의 낙하로 전 세계가 비상이다. 미국 우주사령부는 동맹국의 공군과 연계해 창정-5B호 잔해물의 위치를 추적 중이다. 맥도웰 박사는 “보통 10t이 넘는 물체는 통제 불능 상태로 추락하게 두지 않는데, 창정-5B호는 21t에 달한다”며 “중국은 이런 부분에서 정말 소홀하다”고 비판했다.

각국 군 당국도 비상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성 장관은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지구로 돌진 중인 중국 로켓의 위치를 계속 추적 중”이라며 “로켓의 잔해가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바다로 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로켓의 궤도 이탈에 대해 중국이 태만한 부분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안전하고 신중하게 우주 영역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군 우주정보상황실이 7일 오전 중국 ‘창정 5B' 로켓 잔해 추락에 대비해 미국 우주사령부 연합우주작전센터와 공조 화상회의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 공군]

공군 우주정보상황실이 7일 오전 중국 ‘창정 5B' 로켓 잔해 추락에 대비해 미국 우주사령부 연합우주작전센터와 공조 화상회의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 공군]

“국내에서도 궤도 변화 모니터링 중” 

국내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이 위성 잔해물의 추락 위험을 감시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천문연의 궤도 분석에 따르면, 현재 창정-5B호가 한반도에 추락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궤도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구 민폐’를 일으킨 중국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이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5일 “대부분의 파편은 대기권에 진입하는 동안 타 버리고 극히 일부만 지상으로 떨어진다”며 “창정-5B의 파편이 바다에 떨어질 확률은 매우 높다”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해 5월 5일 중국이 발사했던 로켓도 엿새 뒤 추락하면서 일부 잔해물이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발견된 바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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