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의대생 시신 찾은 구조사···그를 도운 '숨은 조력자' 정체

중앙일보

입력 2021.05.07 05:00

“제가 혼자 한 것은 아닙니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숨진 중앙대 의대생 손정민(22)씨의 사건 현장을 지키는 민간 구조사 차종욱(54)의 말이다. 그는 자신이 훈련시킨 구조견 오투와 함께 정민씨 시신을 찾았고, 정민씨 친구의 스마트폰을 찾기 위해 한강에 뛰어든 인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런 차씨가 “혼자 한 게 아니다”고 한 것은 숨은 조력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단서를 찾는 데 도움을 준 이들, 필요한 장비를 지원해준 시민들이 있었다. 차씨가 한강에서 아이폰을 찾았을 때 “금속탐지기를 대여해준 사장님 덕분에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군의 발인을 앞두고 아버지 손현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스1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군의 발인을 앞두고 아버지 손현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스1

금속 탐지기 무상 대여한 사장님

지난 4일 오후 차씨는 금속탐지기로 반포한강공원 인근 수중을 수색하던 중 파손된 빨간색 아이폰을 찾았다. 그는 "오전 9시쯤 대여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며 "첫 번째 통화했을 때 비용을 물으니 비싸서 우선 듣고 끊었고, 두 번째로 전화해 한강 실종 사건 관련해 친구의 휴대폰을 찾아야 한다는 사정을 설명했더니 금속탐지기 2대를 무상으로 빌려줬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대학생의 시신을 발견한 민간구조사와 구조견이 시신이 수습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대학생의 시신을 발견한 민간구조사와 구조견이 시신이 수습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대 출신…"대단한 일 아냐. 안타까웠다"

차씨에게 금속탐지기를 무상으로 대여해준 문만호(50)씨는 경기도 광주시에서 안전 용품과 장비 판매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문씨는 5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 전화가 왔을 때는 사연을 몰랐다. 휴대폰을 찾아야 한다며 금속탐지기를 산다고 했다. 이후에 다시 전화가 와서 정민씨와 관련된 사건임을 들었고, 한강에서 수색하기에 적합한 금속탐지기 2대를 빌려줬다”고 했다.

문씨는 중앙대 출신이라고 했다. 뉴스를 통해 정민씨의 사연을 알게 됐다고 한다. 문씨는 "같은 학교 출신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버지가 안타까웠다.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휴대폰을 꼭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빌려주게 됐다"고 했다. 그는 19년째 안전용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으며, 10여년간 광물을 채집하는 취미가 생기면서 금속탐지기를 접하게 됐다.

문씨는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라도 빌려줬을 것"이라며 "의혹이 많고 부모 입장에서 얼마나 억울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을 아직 모르는 상황인데, 빨리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차씨에게 금속 탐지기를 대여해 줄 계획이다. 문씨는 “동호회 운영자와 얘기해 5~6명 자원봉사자도 모집해뒀다. 혹시라도 못 찾으면 탐지기로 한강에서 같이 수색하는 방안도 차씨에게 제안했다”고 했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닷새만에 숨진 채 발견된 故손정민씨의 시신을 발견한 차종욱(54) 민간구조사는 금속탐지기를 대여해 정민씨와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친구A씨의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차씨 제공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닷새만에 숨진 채 발견된 故손정민씨의 시신을 발견한 차종욱(54) 민간구조사는 금속탐지기를 대여해 정민씨와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친구A씨의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차씨 제공

실종 당시 한강에 있었던 시민도 편지 

정민씨의 장례가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죽음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시민들은 단서를 주기 위해 나서고 있다. 정민씨의 장례미사가 진행됐던 지난 5일 잠원동 성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20대 시민 B씨는 정민씨가 실종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한강공원의 한 편의점 인근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고 한다. 반포에 거주한다고 밝힌 B씨는 "정민씨와 친구를 직접 본 건 아니고, 정확한 시간은 모르지만 이날 오전 2시 15분쯤 친구와 반포 나들목 토끼굴을 지났다"고 말했다. 이곳은 친구 A씨가 같은날 4시 30분쯤 홀로 집에 귀가하면서 CCTV에 찍힌 곳이었다.

B씨는 사건 발생 당일의 날씨와 구반포쪽 인근에 경찰차 1대가 출동해 있었다는 내용 등을 편지에 적었고, 지난 4일 장례식장을 찾아 정민씨 어머니께 전달했다고 한다.

그는 "그날 바람도 불고 엄청 추웠다. 긴 니트 원피스를 입었는데 다리가 빨갛게 될 정도였다"며 "오전 3시 30분이나 4시면 추웠을 시간인데, 그곳에서 잠을 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당시 구반포 쪽에서 술을 마셨고, 정민씨가 실종된 날 새벽에 집에 귀가했으니까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아는 것을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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