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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선원의 15%가 인도 출신…각국 입항 거부에 ‘국제 해운물류’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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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계 해운업계에 인도발 비상이 걸렸다. 주요 선원 공급국인 인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다. 인도는 6일 하루 확진자 41만2000여 명, 사망자 3980명을 기록했다.

인도, 산소·의료기기 300t 받았지만 #공항 방치한 사이 2만3000명 숨져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주요 항구들이 인도 출신이나 이 나라를 경유한 선원들의 입항을 거부하면서 해운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최근 인도에서 온 선박·선원의 입항을 막고 있다. 중국 일부 항구도 최근 3개월간 인도·방글라데시를 방문한 적이 있는 선박·선원의 입항을 금지한다.

FT는 인도가 필리핀·중국과 함께 선원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 중 하나라고 전했다. 국제해운회의소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60만 명의 선원 중 약 24만 명이 인도 출신이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들은 “인도에서 온 선원의 입항을 규제하면 전 세계 무역의 80%를 담당하는 해운물류 분야에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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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인도에서 온 선원들이 승선 전 검역을 통과해도 항해 도중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시너지 마린 그룹의 라제시 운니 최고경영자(CEO)는 “이전엔 선박에서 선원 1~2명이 감염된 경우가 있었다면 지금은 선박 전체에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진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당국은 이번 주 자국의 더반항에 기항한 선박에서 14명의 필리핀 선원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격리됐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에 빠진 인도에 긴급 의료 물자를 지원했지만 관료주의 때문에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CNN 등이 지난 5일 보도했다. 지난주 인도에는 미국과 유럽 등 40여 개국에서 보낸 25대의 항공기를 통해 의료용 산소발생기 5500대, 산소 실린더 3200개 등 300t 이상의 긴급 의료물자가 도착했다.

하지만 인도의 지방정부에선 “지금까지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왔고 외무부엔 “언제쯤 물자를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전 세계에서 보낸 의료물자는 계속 공항 창고에 쌓여 있었다.

인도 보건부는 지난 4일에야 긴급 의료물자 배포를 위한 ‘표준운영절차 지침’을 마련하고 일부 운송을 개시했다. CNN은 관료주의로 물자 공급이 지연되는 동안 현장에선 2만3000명 이상이 숨졌다고 지적했다.

서유진·이민정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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