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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野에 연일 '폴더 인사'···"靑에서 얼마나 버틸지 걱정"

중앙일보

입력

“대통령과 정책의 성과가 빛나게 해야지 왜 시작부터 참모인 내 이름이 나오게 하나”

최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직원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이 수석이 단장을 맡은 청와대 ‘청년 태스크포스(TF)’가 성과를 내기도 전에 출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데 대한 질책이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철희 정무수석(왼쪽)이 문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철희 정무수석(왼쪽)이 문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인 출신인 이전 정무수석들은 자신의 성과를 드러내는 데 상당히 신경을 써왔는데 이 수석은 반대”라며 “정치인이 아니라 스스로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라는 생각을 매우 강하게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국회의원을 지냈던 이 수석은 연일 ‘폴더 인사’를 반복하고 있다. 대상은 야당 의원들이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예방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예방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이 4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호영 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을 예방해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이 4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호영 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을 예방해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일 그는 김기현 신임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90도로 인사했다. 그는 “야당 국회의원으로 시작해 여당 의원으로 (정치를) 끝냈다”며 “야당 입장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이해 못할 게 없다”고 말했다. 야당측과 비공개 면담에선 고려대 선배인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선배님 밥 많이 사주세요”라고 말했다. 떠날 때도 폴더 인사였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최재성 전 정무수석은 야당 의원들을 잘 만나지도 않았고 그나마도 만나도 고압적으로 언성을 높이기 일쑤였다”며 “이 수석은 다수의 야당 의원들과 오ㆍ만찬을 하면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과 야당과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8월 취임한 최재성 전 수석은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면담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방적으로 “야당 대표를 청와대에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통합당이 불가함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야당에선 즉각 “지나가는 말로 ‘대통령을 만나보는 것이 어떠냐’고 해놓고 책임을 떠넘긴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데 익숙해지더니 대화마저 강매(强賣)한다”는 등의 불쾌한 반응이 나왔다.

4월 16일 이철희 정무수석이 취임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오르며 최재성 전 정무수석과 교차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16일 이철희 정무수석이 취임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오르며 최재성 전 정무수석과 교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이 수석은 임명 5일 만인 지난달 21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과 문 대통령의 청와대 면담을 성사시켰다. 문 대통령은 이 수석에게 “공식 소통 채널로서의 역할”을 당부했고, 이 수석은 회동 이후 두 야당 시장들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후속조치를 비롯해 지역 현안을 직접 챙겼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신임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찬 간담회를 갖기 앞서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 자리는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오 시장과 박 시장을 초청하고, 두 시장이 흔쾌히 응하여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에서는 유영민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신임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찬 간담회를 갖기 앞서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 자리는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오 시장과 박 시장을 초청하고, 두 시장이 흔쾌히 응하여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에서는 유영민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또 청와대 내에서 이 수석은 ‘쓴소리맨’을 자처하고 있다. 그의 취임 일성 자체가 “아닌 것은 NO라고 할 수 있는 참모가 되겠다”였다.

지난 4일 문 대통령이 30대 시민에 대해 제기했던 모욕죄 고소를 취하하는 데도 그의 역할이 있었다고 한다. 박경미 대변인의 소 취하 관련 브리핑에는 “대통령으로서 모욕적인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누군가의 설득이 있었다는 뜻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청와대에서도 취하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며 “결국 문 대통령이 국민적 정서를 수용해야 한다는 정무수석실 등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직언을 하는 이 수석의 역할을 인정해 매주 일요일 ‘정무관계수석회의’를 만들어 중요한 의사결정의 가닥을 잡고 있다고 한다. 해당 회의에는 유 실장을 비롯해 이 수석과 정책실, 국정상황실 인사가 참여한다. 유 실장이 직접 회의 명칭에 ‘정무’를 포함시켰을만큼 청와대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 수석의 비중이 크다.

이철희 신임 정무수석(왼쪽)이 1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철희 신임 정무수석(왼쪽)이 1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야당에서도 이 수석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인 성일종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수석은 여권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균형감 있는 정치인으로, 문 대통령이 가장 잘 한 인사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성 의원은 “청와대와 여당이 야당을 무시하는 독주를 멈추지 않을 경우 이 수석 혼자 그 안에서 언제까지 버텨낼지 오히려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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