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으로 '보복소비'했다…매출 최대 70% 급증 '3대 이모'정체

중앙일보

입력 2021.05.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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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생활필수품의 의미가 강했던 가전이 소비의 첨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2~3가지 제품을 10년에 한 번 바꿀까 말까 했던 과거와는 다르다. 유행도 타고 필수가전의 범위도 넓어졌다. 필요가 아닌 욕망으로 구매하는 가전 시대다.

가전으로 ‘보복 소비’ 했다

가전은 명품과 더불어 코로나19 속에서도 매출을 일으킨 몇 안되는 품목이다. 지난 2월 문을 연 여의도 백화점 ‘더현대 서울’에선 개장 첫 주 LG와 삼성이 나란히 매출 1·2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실제 주요 백화점의 1분기 가전 부문 매출을 들여다보면 롯데백화점은 전년 동기대비 49%, 신세계백화점은 38.5%, 현대백화점은 39.4% 늘어났다.

주요 백화점 가전 상품군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판매 신장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요 백화점 가전 상품군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판매 신장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LG전자 생활가전 H&A 사업 부문은 올 1분기에 매출 6조7081억원, 영업이익 9199억원을 기록해 LG전자 전체 매출의 3분의1,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도 TV 생활가전이 있는 소비자가전(CE) 부문이 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집에 오래 있지만, 집안일은 하기 싫어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전 수요가 폭발한 것으로 본다. 흥미로운 건 집안에서 머무는 시간은 늘었지만, 집안일을 하는 시간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이다. 이른바 집(home)에서 여가와 휴식 등 놀이(ludens)를 즐기는‘홈루덴스족’의 출현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를 검색하면 각각 6.2만, 4.9만개의 게시물이 등장한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서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를 검색하면 각각 6.2만, 4.9만개의 게시물이 등장한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집에선 쉬어야 하기에 자연히 가사 일을 줄여주는 가전 수요가 높아졌다. 식기세척기·의류건조기·로봇청소기는 가사 일을 도와주는 이모님이라는 뜻으로 ‘3대 이모’, 가정의 행복을 지켜주는 신이 내린 가전이란 의미로 ‘삼신(三神)’ 가전으로 불린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판매된 의류관리기, 식기세척기, 전기레인지(인덕션), 로봇 청소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0%, 70%, 25%, 15% 늘었다. 여가를 즐기는 데 도움을 주는 사운드 바, 태블릿 PC도 인기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각각 130%. 40% 늘었다.

롯데하이마트 1~4월 주요 가전 매출 신장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롯데하이마트 1~4월 주요 가전 매출 신장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필요한 가전이 너무 많다

요즘엔 공기 청정기·제습기·가습기·에어컨 등 위생·계절 가전은 필수로 여겨지고, 정수기·음식물 처리기 등 삶의 질을 높여주는 가전에 대한 관심도 높다. 여기에 와인 냉장고, 커피 머신, 빔프로젝터 등 취미를 위한 가전도 필요하다. 롯데백화점 윤현철 가전 수석 바이어는 “냉장고·세탁기·TV가 3종 혼수 가전이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식기 세척기·건조기·의류 관리기까지 6종을 기본 혼수로 많이 한다”며 “가전에만 1000만원 이상을 투자하는 신혼부부가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 3월1일부터 4월30일까지 주요 혼수 품목인 가전의 객단가는 식기 세척기가 68%, 음식물처리기가 55%, TV가 36%, 드럼세탁기가 33% 증가했다.

G마켓 3~4월 가전 품목 객단가 신장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G마켓 3~4월 가전 품목 객단가 신장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비싸지만 갖고 싶다, 유행하는 가전

“요즘은 가구보다 가전이 더 유행을 타는 것 같아요. 10년 전쯤 혼수로 구매한 가전들이 아직은 멀쩡하지만, 인테리어를 생각해 바꾸려구요.” 이사를 앞두고 고민하는 주부 B 씨는 최근 이른바 인테리어 가전에 꽂혔다. 왠지 유행이 지난 것 같은 꽃무늬 냉장고 대신 다른 주방 가구와 어울리는 빌트인 스타일 냉장고로 바꿀 예정이다.

최근엔 가전 단독으로 튀기보다 집안 인테리어에 녹아드는 조화로운 디자인의 가전들이 인기다. 사진 삼성전자

최근엔 가전 단독으로 튀기보다 집안 인테리어에 녹아드는 조화로운 디자인의 가전들이 인기다. 사진 삼성전자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가전 수요도 높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4~5년 전에는 기본 기능에 충실한 800리터 짜리 300만원대 냉장고와 21kg 용량 150만원대 드럼 세탁기 모델이 인기였다면 최근에는 디자인과 기능을 겸비한 400만원대 프리미엄 4도어 냉장고와 24kg 용량 200만원대 초반의 프리미엄 드럼세탁기의 인기가 높다. 최신 가전이 가득한 TV속 연예인들의 집등 ‘집방’이 가전 유행을 부추겼다. 특히 가전은 나를 위한 소비가 아니라 가족을 위한 소비라는 점에서 지갑을 여는 명분도 있다.

연예인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 등에 노출되는 최신 가전들은 유행을 견인한다. 사진 '나혼자산다' 방송 캡처

연예인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 등에 노출되는 최신 가전들은 유행을 견인한다. 사진 '나혼자산다' 방송 캡처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집에서 휴식은 물론 일도 하고 취미도 즐기는 등 기능이 다층화하면서 집이라는 공간이 자기만의 사치를 누리는 공간이자 위로의 공간 등 보상심리를 작동시키는 공간이 됐다”며 “가전은 집의 기능은 물론 심미적 요소까지 채워주는 중요한 품목이 됐고 앞으로도 더 기능적이며 아름다운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수요는 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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