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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코인 투자’ 피하려면…'암호화폐계 다트'서 공시 확인부터

중앙일보

입력

암호화폐 투자 광풍의 문제점 중 하나가 ‘깜깜이 투자’다. 수익만을 추구하는 '묻지마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법적 규제가 없는 탓에 상장부터 공시까지 각 거래소가 알아서 하다 보니,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상화폐 비트코인과 도지코인의 가격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의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가상화폐 비트코인과 도지코인의 가격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의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깜깜이 투자를 피하기 위한 첫 단계는 백서 확인이다. 백서에는 암호화폐의 개발자와 사용된 기술, 개발 목적, 수익 모델 등 기초 정보 등이 소개돼 있다. 백서 내용이 부실하거나 상장 뒤 내용이 바뀌는 등의 혼란스러운 면도 있지만 백서 확인은 투자를 위한 첫걸음이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해당 암호화폐의 개발과 무관하지만 유명인을 개발자로 올린 백서도 있지만, 백서는 일종의 계약서인만큼 투자 전에 한 번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거래소 등 민간 부문에서 제공하는 정보도 확인해보는 게 좋다. 대표적인 것이 암호화폐 공시 플랫폼인 쟁글(Xangle)이다. 각종 암호화폐를 만드는 프로젝트팀들이 제공하는 공시를 모아 게시한다. 2019년 4월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쟁글은 올해 4월 기준 2157개의 프로젝트에 대해 8500여건의 공시를 했다.

쟁글의 공시 내용은 다양하다. 사업과 거래소, 토큰, 재무, 법인 등 52개 분야의 공시를 제공한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처럼 프로젝트팀의 토큰 매입, 회사분할, 법적 이슈, 경영진 변경, 주요 지분 변경, 투자 유치 등에 대한 공시를 제공한다. 암호화폐계의 '다트'인 셈이다.

모든 공시가 그대로 게시되지는 않는다. 증빙자료가 부족하거나 사실 확인이 불가능할 경우 공시하지 않는다. 특정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거나 투자를 받았다고 한 뒤 투자계약서나 별도의 발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공시를 거절한 반려율은 25% 수준이다. 쟁글 관계자는 “투자 유치 등 예민한 사안은 프로젝트팀이 공시 게시 요청을 하지 않더라도 사실 여부를 자체적으로 검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신용도 보고서 중 일부. 토큰 지배 구조의 경우 암호화폐를 많이 갖고 있는 상위 10명의 점유율, 유통 물량 등을 토대로 평가한다. 쟁글

비트코인에 대한 신용도 보고서 중 일부. 토큰 지배 구조의 경우 암호화폐를 많이 갖고 있는 상위 10명의 점유율, 유통 물량 등을 토대로 평가한다. 쟁글

쟁글에서는 일부 코인에 대해 자체적으로 진행한 신용도 평가 보고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90개의 암호화폐에 대한 평가 보고서가 공개돼 있다.

보고서는 ▶회사 및 팀 역량 ▶IR 및 공시활동 ▶재무 건전성 ▶토큰 지배구조 ▶경영성과 ▶기술 감사 및 법률 자문 등 6개 항목별로 암호화폐를 평가해 투자검토대상(AAA~B+)과 투자비권고대상(B~D) 등으로 등급을 매긴다. 현재 비트코인(AA+), 이더리움(AA)의 등급이 가장 높다.

평가에는 경영진의 과거 성과와 과거 사기 경력, 매체 인용 횟수, 디지털 자산에 대한 헤지 여부, 코인의 활용성, 특정인에게의 토큰이 집중 여부, 토큰 유통 물량 등을 평가한다. 토큰 집중도의 경우 토큰 분산 정도가 높을수록 높은 점수 부여되는 시스템이다.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가진 상위 10명의 점유율은 5%대이다.

도지코인에 대한 신용도 보고서. A- 등급을 받았지만 강점이 뚜렷하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쟁글

도지코인에 대한 신용도 보고서. A- 등급을 받았지만 강점이 뚜렷하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쟁글

한때 장중 시가총액이 500억 달러(약 56조원)를 넘어섰던 도지코인은 A- 등급을 받았다. 쟁글에서는 도지코인에 대해 “신뢰성과 역량을 갖춘 상대적으로 우수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평가받았다”면서도 “코인 자체가 내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도지코인 자체가 장난식으로 만들어진 코인인 만큼 블록체인 기술이 타깃 시장 내에서 갖는 강점이 뚜렷하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거래소에 상장되고 쟁글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공시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그나마 사기 가능성이 적은 프로젝트라 볼 수 있다”며 “민간 영역에서 공신력을 얻는 플랫폼이 생기고, 투자 전 이를 확인한다면 투자자의 불신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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