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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방패' 김오수 택했다…여권 "노무현 수사 트라우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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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3일 새 검찰총장 후보자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58)을 지명했다. 지난 3월 4일 임기를 4개월가량 남겨놓고 있던 윤석열 전 총장이 중도 사퇴한지 60일만이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나오며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나오며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대면하고 차기 총장 후보로 김 전 차관의 임명을 제청했다. 지난달 29일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김 전 차관과 함께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 등 4명의 후보자를 선정한지 나흘만이다. 문 대통령은 박 장관의 제청을 즉각 받아들였다.

김 후보자는 전남 영광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사법연수원 20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의 보직을 거쳤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김 후보자의 지명 배경에 대해 "검찰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한편, 국민이 바라는 검찰이 되도록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소임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 조직 안정과 개혁이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당초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차기 총장 후보 4명이 추천된 직후부터 김오수 카드의 지명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법무부 차관으로 발탁돼 22개월 간 박상기ㆍ조국ㆍ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내리 보좌했다. 이후 고위직 인사 수요가 있을 때마다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 윤석열 전 총장의 임명 때는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고, 이후로도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감사원 감사위원으로도 거론됐다. 그만큼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라는 뜻이다. '추미애-윤석열' 극한 갈등을 거치며 국정의 동력을 상실한 문 대통령으로선 코드가 맞는 친 정부 인사에게 검찰조직의 안정적 관리라는 미션을 부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소위 ‘코드 인사’ 논란과 관련해서도 “공직 후보 중 최대 노미네이션 후보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의 역량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2019년 11월 8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9년 11월 8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이 향후 정권 수사에 대한 방패 역할을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로 야당에서 제기되는 주장이지만 익명을 원한 여권 관계자 역시 중앙일보에 “최재형 감사원장이 친정부 성향을 문제삼아 감사위원 임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김 후보자의 검찰총장 지명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매 정권 말기 청와대와 여권의 핵심부를 겨눴던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과거 이명박 정부 초기에 이뤄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것 같다"며 "김 후보자 지명엔 보복성 검찰 수사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지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후보자의 지명은 친정부 성향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정치 수사의 최전선이 될 서울지검에 유임시키기 위한 사전작업일 가능성이 있다”며 “야당이 이 둘에 대해 ‘정권말 청와대 옹위대’라는 프레임을 걸고 있는 상태에서 청문회가 상당히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수원 23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당초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야당의 반발속에 결국 최종 후보 4인 명단에선 제외됐다. 사법연수원 20기인 김 후보자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이 지검장의 유임 또는 영전 인사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2019년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대화하는 김오수 당시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왼쪽). 연합뉴스

2019년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대화하는 김오수 당시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왼쪽). 연합뉴스

이번에 김 후보자 외에 검찰총장 후보자 4인에 포함된 다른 이들은 이 지검장과 동기이거나 후배인 23기나 24기였다. 그런 이유로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23기였던 윤석열 전 총장의 후임에 20기인 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추미애ㆍ박범계 장관이 주도한 현재의 검찰 인사 체계를 정권 말까지 끌고가겠다는 뜻”이란 해석이 나온다.

2020년 1월 29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김오수 당시 차관과 함께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2020년 1월 29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김오수 당시 차관과 함께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검찰청법상 총장의 임기는 2년이다. 임기를 채울 경우 김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과 차기 정부의 첫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게 된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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