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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페북 대항마 꿈꾸던 버라이즌, 결국 야후·AOL 판다

중앙일보

입력

버라이즌 로고.[EPA=연합뉴스]

버라이즌 로고.[EPA=연합뉴스]

미국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이 야후와 아메리카온라인(AOL) 등이 속한 미디어 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에 맞설 디지털 미디어 업체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물거품이 됐다.

사모펀드에 40억~50억달러 매각 #두 회사 인수한 금액의 절반 수준 #매각자금으로 5G 투자 집중 방침

블룸버그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2일(현지시간) 버라이즌이 야후와 AOL이 포함된 미디어사업부를 미국의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에 매각하는 협상의 타결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르면 3일 40억~50억 달러에 미디어 사업부를 매각하는 협상 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버라이즌이 두 회사를 사들였던 가격의 절반 정도에 매각하는 셈이다. 버라이즌은 AOL을 2015년에 44억 달러에 사들이고, 야후를 2017년에 44억8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FT는 버라이즌이 자사의 2대 브랜드인 야후와 AOL을 매각에 나선 것을 “비싸고 실패한 도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공중전화 사업으로 시작한 버라이즌은 이후 이동통신망으로 영역을 넓혀 미국 최대 이동통신업체가 됐다.

이후 미디어 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해 야심 차게 AOL과 야후를 사들였다. 버라이즌은 두 회사를 합병해 ‘오스’(OATH)라는 디지털 미디어 업체를 만들었다. AOL의 강점인 미디어 콘텐트와 야후의 강점인 온라인 광고를 모바일 사업에 결합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궁극적으론 구글과 페이스북을 넘어서는 온라인 광고 플랫폼의 건설이 목표였다.

야후닷컴 홈페이지 화면.[사진 셔터스톡]

야후닷컴 홈페이지 화면.[사진 셔터스톡]

하지만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약 90억 달러에 달했던 오스의 기업 가치는 출범 1년 만인 2018년 시장에서 46억 달러로 반 토막이 났다. 손실이 커지자 버라이즌은 구조조정을 통해 자구 노력을 해왔다. 지난해 허프포스트(허핑턴포스트) 온라인 뉴스를 버즈피드에 매각했다. 2019년에는 블로그 플랫폼인 '텀블러'를 개인용 블로그 제작 서비스인 워드프레스의 모회사 오토매틱에 팔았다.

그럼에도 2020년 매출은 목표치인 100억 달러에 이르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전년보다 5.6% 감소한 70억 달러에 그치자 버라이즌은 미디어 부문 매각을 결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의 위력은 예상보다 강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데스크톱 PC 시대에 생겨난 야후와 AOL은 광고 시장 강자였지만 고객의 관심이 모바일 앱으로 넘어간 뒤엔 시장 주도권을 찾아오는 게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버라이즌은 매각으로 얻은 자금을 5세대 무선 통신망(5G)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스 베스트버그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모바일 비즈니스에 대한 기술 개선을 강조하며 “차세대 5G 인프라 확충을 위한 무선 주파수 면허 확보 등에 530억 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버라이즌은 올해에만 5G 네트워크 장비, 광섬유 케이블 등 필수 장비 확보에 215억 달러를 쓴다는 방침이다.

AOL 로고.[사진 셔터스톡]

AOL 로고.[사진 셔터스톡]

야후와 AOL을 팔지만 미디어 시장 자체를 떠나지는 않는다. NYT는 “버라이즌은 디즈니와 제휴해 버라이즌의 무제한 통신 요금제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디즈니의 OTT 디즈니+ 1년 무료 구독권을 주고 있다”며 “미디어 사업 매각 대신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버라이즌 미디어 부문을 인수하는 사모펀드 아폴로는 최근 미디어 관련 업계에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NYT는 “아폴로 미디어 부문의 지난 1분기 매출은 19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0% 증가했다”고 전했다. 아폴로는 2019년엔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의 모회사인 가넷이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산하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미디어 회사에 매각될 때 합병 자금을 지원했다.

미 CNBC 방송은 “버라이즌의 미디어 부문을 인수하는 쪽은 부문 중 특정 회사를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다”며 “야후 계열에선 야후파이낸스와 야후메일, AOL 계열에선 IT 매체 테크크런치와 엔가젯 등이 가치 있는 회사”라고 평가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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