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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최고세율 25%로” vs “경제적 불평등 완화가 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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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상속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어서 가업 승계를 통한 사업의 영속성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 경영계에서 나왔다.

삼성 계기로 상속세 논란 재점화 #경총 “외국선 가업승계 땐 깎아줘” #경실련 “중기 승계공제 확대 반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일 ‘국제 비교를 통한 우리나라 상속 세제 개선 방안’이란 제목의 자료를 냈다. 경총은 “외국보다 불리한 상속 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OECD 회원국 36개국 중 13개국에는 상속세가 없고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지분 상속에는 최고 세율이 60%로 높아지며 ▶상속세 공제 요건이 까다롭다는 점 등을 상속 세제 개편이 필요한 근거로 제시했다.

경총에 따르면 한국보다 1인당 소득이 많은 이스라엘·뉴질랜드·노르웨이·오스트리아 등은 상속세가 없다. 상속세가 있는 나라에서도 경영자가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줄 때는 세금을 깎아준다고 경총은 설명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인 25%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 최대주주의 주식 상속에 대한 세율 할증(최고 50→60%)은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가피한 기업 매각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기업 경영의 유지를 지원하기 위해 상속세 분할납부 기한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소기업에 대해선 가업 승계를 위한 상속세 공제 제도를 운영한다. 상속세를 덜 내기 위해선 사업을 물려받은 자녀가 7년 이상 업종 변경 없이 회사를 이어가야 한다. 같은 기간 고용 규모도 유지해야 한다. 자발적인 퇴사자가 있으면 바로 인력을 충원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 운영의 유연성이 없어진다고 경영계에선 불만을 드러낸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임채웅 가업승계팀장(변호사)은 “자녀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사업가의 의지가 성공의 원동력이 된다”며 “그것이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도 상속세 개편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 주장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본부 팀장은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조금이나마 조율할 수 있는 상속세 제도는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의 승계 공제 제도 확대에 대해서도 원칙적 반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최대주주와 그 가족만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관점에서 상속세 개편을 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경실련은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 처분 계획에 대해 “공익재단을 활용해 상속세를 회피하는 꼼수를 부리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평가할 만하다”는 입장을 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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