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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에 재택근무 이젠 끝···美직장인들 또다른 공포 덮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샌디에이고의 멜리사 길(29)은 최근 회사로부터 “6월부터 사무실로 복귀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방역 지침 완화에 따라 재택근무도 단계적으로 해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자녀가 있는 직원은 예외였지만, 남편과 단둘이 사는 길은 당장 출퇴근 대열에 합류해야 했다. 그러나 길은 “아직 사무실에서 일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한 맞벌이 부부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한 맞벌이 부부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보급·확산과 함께 미국 기업들이 사무실 복귀에 시동을 걸면서 직장인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어느덧 재택근무가 익숙해져 사무실 복귀는 싫은데, 당장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는 ‘출근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재택근무로 누렸던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다. 통근 시간이 최소 2시간인 길도 출퇴근과 맞바꿔야 할 동네 산책을 아쉬워했다. 그는 “재택근무의 이점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직장인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재택근무를 계속하고 싶다”고 답했다. 반면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다”는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중 도심을 떠나 근교로 이사한 직장인은 더 난감한 상황이다. 이들은 재택근무가 길어지자 저렴한 가격에 더 나은 주거와 교육 환경을 찾아 거주지를 옮겼다. CNBC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이사한 직장인들은 대도시로부터 평균 50km 떨어진 곳에 집을 얻었다. 재택근무에는 최적의 공간이었지만, 사무실을 오가기에는 부담스러운 곳이 되어 버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직을 고려하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플렉스 잡에 따르면 사무실로 복귀해야 하는 경우 아예 재택근무가 가능한 회사로 이직하겠다는 직장인이 58%에 달했다.

프랑스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 센터.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 센터.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기업의 사정은 다르다. 하루라도 빨리 사무실 문화를 되돌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자는 입장이다.

최근 아마존은 늦어도 가을까지 단계적으로 사무실 근무를 늘려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협력하고, 개발하고, 배울 수 있는 아마존만의 사무실 중심 문화로 복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런 움직임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 재택근무에 앞장섰던 IT 기업부터 뉴욕시 등 미정부 기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인력 공급 업체 ‘라실 네트워크’가 미국 내 350개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인력 관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올가을까지 전 직원들 사무실로 복귀시킨다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이전으로 100%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직무에 따라 새 업무 형태를 개발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근무'가 새로운 업무 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단 왕 컬럼비아대 경영학과 부교수는 “앞으로 6개월간은 기업과 직장인의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며 “업무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그에 따른 고용 시장 트렌드도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1년간의 과도기가 지나면 코로나19이전처럼 사무실 근무가 일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의 인적자원 센터장 피터 카펠리는“고용주는 무제한의 권력을 갖고 있다”면서 “결국 고용주의 결정에 따라 직장인은 사무실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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