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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처가·언론까지 동원…윤상현·함바왕 '총선공작 의혹' 전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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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2일 윤상현 무소속 의원. 뉴스1

2020년 6월 22일 윤상현 무소속 의원. 뉴스1

윤상현(59) 무소속 의원과 ‘함바왕’ 유상봉(74)씨의 21대 총선공작 의혹 사건이 전모를 드러냈다. 두 명의 핵심 인물 외에도 여·야 의원 등 정치인, 대기업 대표, 기자 등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통합 공소장에서다.

(2020년 5월 18일 중앙일보 보도 『[단독] 출소날 체포된 ‘함바왕’···이번엔 윤상현 끌어들였다』 참고)

사건의 배경은 지난해 4·15 총선 당시 인천 동구·미추홀을 지역구다. 인천지검이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윤 의원은 2019년 8월 초 함바왕 유씨로부터 “함바 수주를 위해 과거 인천 지역 유력 정치인 등에게 뇌물을 줬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관련 자료를 받아 총선 지역구 정적(政敵)을 제거하는 데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 대가로 유씨에게는 함바 운영권 등 이권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첫 타깃은 민주당 박우섭

첫 범행 대상은 박우섭 전 인천 남구청장이었다. 윤 의원의 대항마로 더불어민주당의 박 전 구청장이 유력하게 거론됐기 때문으로 검찰은 봤다. 함바왕 유씨는 2019년 8월 17일 “유상봉이 함바 수주를 위해 박우섭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써 윤 의원 측에게 건네줬다고 한다. 이후 윤 의원 측 요청에 따라 2차례에 걸쳐 진정서를 수정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윤 의원 측이 지난해 1월 함바왕 유씨에게 “박 전 구청장 진정서를 검찰에 접수시키라”고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유씨가 제출을 주저하자 진정서는 지역매체 대표 겸 기자인 강모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진정서 내용이 보도되도록 해 박 전 구청장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윤 의원 당선에 도움을 주려는 게 명백한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진정서를 들고 수감 중이던 함바왕 유씨를 찾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유씨는 “내용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며 보도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그러자 강씨는 지난해 2월 12일 남영희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을 만나 진정서를 보여준 것으로 드러났다. 남 부대변인은 당시 박 전 구청장과 민주당 경선에서 경합 중이었는데, 강씨는 "(진정서를) 중앙당에 제출하면 경선할 필요도 없이 단독으로 공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공소장에는 남 부대변인이 진정서를 사진으로 촬영해 보관했다고 적혀 있다. 그 직후 남 부대변인은 경선에서 박 전 구청장을 꺾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진정서가 활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020년 6월 17일 ‘함바왕’ 유상봉(74)씨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20년 6월 17일 ‘함바왕’ 유상봉(74)씨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두 번째 타깃은 국민의힘 안상수

두 번째 목표는 안상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2월 28일 미래통합당 경선에서 안 전 의원이 전략 공천되고 윤 의원이 탈락했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야권 표 분산에 따라 낙선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고 검찰은 분석했다.

이에 함바왕 유씨는 지난해 3월 20일부터 수차례에 걸쳐 안 의원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 진정서·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찾아가 “안상수 공천을 취소하지 않으면 진정서 내용을 언론에 제보하겠다”며 압박했다고 한다. 공천이 취소되지 않자 법조 전문매체를 통해 총선 직전 『통합당 안상수 내연녀 등 통해 수십억 편취 혐의 검찰 피소』 등 제목의 관련 보도를 3차례 이어갔다. 검찰은 안 전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나 내연녀 존재 여부 등은 허위인 것으로 판단했다.

윤 의원 측은 일련의 공작 대가로 함바왕 유씨에게 현금 1000만원을 건넸고, 함바 수주를 위해 힘을 쓴 혐의를 받는다. 유씨의 아들이 2019년 8월 민주당의 정모 의원과 김모 의원, 허모 A건설 부회장, 이모 B건설 회장, 정모 C건설 부회장 등과 만나거나 전화 연락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한 것으로 검찰은 봤다.

그러나 함바 수주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함바왕 유씨는 2019년 9월부터 12월까지 윤 의원 측에 “함바 수주를 돕지 않으면 다 터뜨려버리겠다”며 압박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대가로 윤상현 부인 쪽 롯데 일감 줬다

이후 롯데그룹과 연관된 함바 운영권이 함바왕 유씨에게 제공됐다. 롯데그룹은 윤 의원의 부인 신모씨와 관련돼 있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남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딸이 신씨다. 유씨는 2019년 12월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있는 경기 성남시 호텔 건설현장 함바를 수주했다.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는 롯데백화점 구리점·일산점의 식품 코너 영업권을 따냈다. 이 외에도 윤 의원 측은 서울 대형 병원에 연락해 유씨가 안과 진료를 받는 데 편의를 봐주도록 하고, 전직 검찰총장을 소개해 유씨의 형집행연기 등에 대한 상담을 받도록 주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4·15 총선 당일 윤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남 부대변인을 171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했다. 전국에서 가장 적은 표 차이로 1, 2위가 결정된 것이었다. 안 전 의원은 3위에 머물렀다.

4월 첫 공판…피고인 11명, 증인 40명

하지만 사건은 지난해 5월 경찰청과 인천경찰청의 집중 수사로 불거졌다. 이후 인천지검의 보완 수사를 거쳐 윤 의원과 함바왕 유씨, 동원된 지역·전문매체 기자 등 11명이 11월까지 순차적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4개로 흩어져 있던 사건은 올해 3월 8일 하나로 합쳐졌고, 이달 16일 인천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이규훈)는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은 매달 3차례씩 진행되며 오는 10월 8일까지 기일이 잡혀 있다. 연말 구형과 선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청된 증인 수만 40명에 달한다.

한편 함바왕 유씨는 최근 윤 의원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윤 의원이 “함바 수주를 돕겠다”며 약속한 뒤 이용만 하고 도움은 조금만 줘서 큰 재산상 손실을 봤다는 취지다. 윤 의원 측은 “유씨가 민원을 제기해와 편의를 봐줬을 뿐 선거를 공작하거나 유씨를 등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선거법 위반과 사기 혐의 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윤 의원은 “검찰의 공소장은 소설 같은 이야기다”라며 “재판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반론보도]윤상현·함바왕 '총선 공작 의혹'관련

본지의 지난 5월1일자 「與·처가·언론까지 동원…윤상현·함바왕 '총선공작 의혹'전말」제하의 기사와 관련하여,지역매체 대표 겸 기자인 강모씨는 "본인이 총선 공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제기는 사실이 아니며,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진정서를 입수하여 그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작성자인 유상봉씨를 찾아갔을 뿐이고,남 부대변인에게 진정서를 활용해 단독으로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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