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출소날 체포된 ‘함바왕’···이번엔 윤상현 끌어들였다

중앙일보

입력

‘함바왕’ 유상봉(74)씨 추정 인물이 2011년 6월 20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함바왕’ 유상봉(74)씨 추정 인물이 2011년 6월 20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함바왕’ 유상봉(74)씨가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함바란 건설현장 간이 식당을 뜻하는 일본어다. 공사기간 막대한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고, 임대료 부담이 없기 때문에 이익률도 높다. 유씨가 함바 수주를 위해 정·관계 고위층에 전방위 로비를 해온 것으로 2011년 드러나 유씨는 함바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는 2012년 징역 1년 6개월형을 확정받고 복역했지만, 유사 범죄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사기죄로 복역한 끝에 17일 출소했다.

사정당국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갓 출소한 유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앞서 14일에는 유씨와 유씨의 아들, 유씨의 측근 박 모씨, 윤상현 무소속 국회의원 당선자의 조 모 보좌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2011년 1월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내 함바집. 본 사건과 직접 관련은 없음. 중앙포토.

2011년 1월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내 함바집. 본 사건과 직접 관련은 없음. 중앙포토.

총선 앞두고 안상수 고소, 왜? 

유씨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4월 15일)를 앞두고 인천 동구·미추홀을 지역구에서 윤상현 당시 무소속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안상수 미래통합당 후보를 뇌물수수·사기 혐의로 고소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안 후보가 2009년 인천시장으로 근무하면서 유씨를 상대로 “함바 수주 등을 도와주겠다”며 20억원을 받았다는 게 고소장의 요지였다.

실제 유씨는 관련 고소장을 인천지검에 제출했다. 선거 결과 윤 후보가 당선(4만6493표)됐다. 고소를 당한 안 후보는 1만7843표를 얻는 데 그쳤다.

보좌관도 연루 의혹

윤 후보의 조 보좌관은 유씨에게 편지를 보내 “함바 수주 등을 돕겠다”며 고소를 부추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조 보좌관과 유씨 아들 등이 연락하고 만난 정황을 포착했다.

유씨는 이런 상황을 수차례에 걸쳐 편지로 최측근 박씨에게 알렸다고 전해진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편지 일부에는 “건설현장 4곳의 함바를 수주하도록 도와줄 것으로 약속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압수수색 대상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씨가 함바를 수주하기 위해 유씨에게 1억원가량을 전달했는데 수주가 여의치 않자 유씨를 독촉했고, 유씨가 박씨를 달래기 위해 “윤 후보 측 도움을 받아 곧 함바 수주를 할 수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취지로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유씨가 최측근 박씨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편지 일부. 김민중 기자

유씨가 최측근 박씨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편지 일부. 김민중 기자

선거 직전 “고소 기사 7개나 났다”

유씨 아들과 박씨가 선거 직전 나눈 전화통화 녹취를 들어보면 “고소 기사가 7개나 났다” “윤상현이 당선될 것이다” “당선 안 되면 다 죽는 거다”라는 말이 나온다.

유씨 아들은 중앙일보에 “아버지는 2015년부터 안상수가 처벌받도록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소 등을 해왔는데, 알 수 없는 힘 때문인지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았고, 이목을 끌 수 있는 선거 기간에 맞춰 다시 고소를 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안상수 처벌을 위해 경쟁 후보인 윤상현 측에 아버지가 먼저 도움을 요청했고 조 보좌관으로부터 조언을 받은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유씨에게 윤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했다.

윤 후보 측의 함바 수주 약속 정황과 관련해선 “사실 윤 후보 측이 들어주기 불가능했던 약속”이라며 “아버지가 건강이 매우 나쁜 상태인데, 마음만이라도 편하게 해드리기 위해 나와 조 보좌관이 거짓으로 ‘함바 수주를 도와주겠다’고 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상현 측 “정치적 목적 수사 의심”

윤 당선인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윤 당선인의 측근인 김 모씨는 “경찰 수사가 어떤 방향을 가리키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나 조 보좌관이 코멘트를 하기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면서도 “정치적 목적의 수사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수사는 총선 개입 의혹뿐만 아니라 유씨가 고소한 안 전 후보의 뇌물 혐의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안 전 후보는 “돈을 받은 적 없다”며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유씨 등을 고소했다”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