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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연습생 신화, 득점왕 노리는 제주 주민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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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올 시즌 제주 돌풍을 이끄는 공격수 주민규.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올 시즌 제주 돌풍을 이끄는 공격수 주민규.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제주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 돌풍의 팀이다. 승격 후 적응기를 거칠 줄 알았는데, 개막 12경기에서 딱 한 번 졌다.(4승7무1패) 현재 3위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양강의 대항마로 꼽힌다.

승격팀 돌풍 앞장 리그 득점 2위 #이랜드 거치면서 골잡이로 성장 #골키퍼에게 골넣는 코스도 배워

승격팀 제주의 파죽지세 비밀이 공격수 주민규(31)다. 그는 최근 6경기(리그)에서 5골을 몰아쳤다. 발끝에 물이 오른 그를 최근 만났다. 그는 “골 맛도 꿀맛처럼 좋지만, 팀에 힘을 보탤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주민규는 현재 득점 2위다. 1위는 전북 일류첸코(7골)다. 팬들은 모처럼의 ‘토종’ 득점왕 탄생을 기대한다. 근래 K리그에서는 외국인 골잡이가 득세했다. ‘토종’ 득점왕은 2016년 정조국(20골, 당시 광주FC)이 끝이다. 그는 “국내 선수의 자존심을 세우겠다”고 자신했다.

어엿한 득점왕 후보 주민규의 선수 인생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풍생중, 대신고 시절 미드필더였다. “미드필더가 프로 진출에 유리하다”고 지도자 조언 때문이다. 키 1m 83㎝·체중 82㎏인 그는 골 결정력도 갖췄다. 그런데 ‘취업’을 위해 전방 대신 중원을 맡았다. 다행히 미드필더로도 잘했다. 한양대 시절 포지션별 랭킹 1위에도 올랐다. 프로 진출을 기정사실로 여겼다.

울산 원두재와 공중볼을 다투는 제주 주민규(왼쪽). 그는 K리그1 득점 2위다. [뉴스1]

울산 원두재와 공중볼을 다투는 제주 주민규(왼쪽). 그는 K리그1 득점 2위다. [뉴스1]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013년 K리그 드래프트에서 아무도 주민규를 뽑지 않았다. 그는 “내가 자만했다. 생애 가장 많이 운 날”이라고 회상했다. 은퇴하려던 순간, 2부 고양HiFC(해체)가 연습생 계약을 제안했다. 연봉 2000만원. 받아들였다. 미드필더로 2년(56경기, 7골) 뛰었다.

주민규의 축구 인생이 바뀐 건 2015년 2부 창단팀 서울 이랜드FC에 입단하면서다. 공격 본능을 눈여겨본 마틴 레니 당시 이랜드 감독은 그에게 “나를 따라오면 최고 골잡이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곧바로 이적했고, 그해 23골을 넣었다. 2부를 평정한 주민규는 2019년 1부 울산으로 이적했다. 1부의 벽은 높았다. 5골에 그쳤다. 다시 지난해 제주(당시 2부)로 옮겼다.

주민규는 특이하게도 골키퍼에게 ‘골 넣는 법’을 배웠다. 이랜드에선 김영광, 울산에선 김승규 등 국가대표 골키퍼로부터 슈팅 강도와 정확도, 타이밍 등을 배웠다. 또 ‘잘 차는 기술’ 대신 ‘막기 힘든 코스’를 터득했다.

올 시즌엔 그토록 바라던 레전드 공격수를 만났다. 그 덕분에 1부에서도 통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리그 역대 득점 3위(121골) 정조국이 올해 제주 코치로 부임한 것이다. 게다가 정조국은 주민규의 대신고 6년 선배다. 주민규는 “정 코치님의 원포인트 레슨으로 업그레이드했다. 토종 득점왕의 명맥을 이으라는 특명도 받았다. 31살에 전성기를 열겠다. 18골 이상 쏜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주=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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