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 줄기세포 '버거씨병'에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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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혈에 들어있는 줄기세포로 난치병인 '버거씨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서울대 수의대 강경선 교수팀은 줄기세포 연구기업인 히스토스템, 한양대의대, 가톨릭의대 등과 공동으로 제대혈(탯줄혈액)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버거씨병 환자 4명에게 이식한 결과, 허혈성 통증과 괴사된 피부가 치유되는 효과를 거뒀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줄기세포 전문저널인 '스템셀(stem cells)' 최근호에 급행논문으로 실렸다.

버거씨병은 주로 다리의 미세 동맥들이 염증성 변화를 보이면서 혈관이 막혀 발가락과 발이 괴사하는 병으로 흡연이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약 4만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논문에 따르면 강 교수팀은 조직적합성(HLA)이 일치하는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미 외과 치료를 받았던 버거씨병 환자 4명에게 이식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한 환자의 경우 괴사된 엄지손가락이 줄기세포 치료 후 4주만에 회복됐으며 또 다른 환자도 치료 전 막혀있던 혈관이 치료 4개월만에 회복됐다고 보고했다. 치료 후 2년 8개월이 지난 환자의 경우는 아직까지 병이 재발되지 않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또한 혈관을 촬영한 결과 손에 있는 모세관들의 수가 증가했으며 사지 말단 부위의 혈관저항이 수술 전에 비해 두드러지게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팀은 이와 함께 면역력을 저하시킨 누드 마우스의 뒷다리 동맥을 묶어 혈액순환을 차단한 동물모델을 만든 후 사람의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후 이식한 결과, 60% 가량에서 다리 절단을 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줄기세포 치료를 하지 않은 마우스는 모두 뒷다리 절단이 불가피했다.

강 교수는 "줄기세포 치료를 받아 뒷다리가 생존한 마우스를 조직학적으로 검사한 결과 뒷다리의 동맥 내에서 사람의 제대혈 줄기세포가 존재했다"면서 "이는 제대혈 줄기세포가 혈관내피세포로 분화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논문에 대해 가톨릭의대 백상홍 교수는 "환자가 4명에 불과한 데다 별도의 대조군과 비교한 데이터가 없어 임상 성과를 단정짓기 힘들다"면서 "이번 기초연구 성과가 치료기술로 확립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대규모 임상연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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