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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미국 이기자” 돈 쏟아붓는 중국에 닥친 고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토바이 전면에 카메라가 내장돼 있어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이용한 건데, 주행 시 자동으로 주변을 파악합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차량이 나타나면 곧바로 경보 장치가 작동하죠.”

[사진 신화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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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서 개최된 ‘제1회 인공지능 혁신응용 박람회’. 이곳에 참여한 류웨이 제디오토바이 부사장이 자사에서 만든 경찰용 스마트 오토바이를 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일반 오토바이를 생산하는 기업이던 이 회사는 AI 기술을 경찰용 오토바이에 접목하는 데 성공해 한 해 매출을 1억 위안(약 172억 원) 넘게 올리고 있다.

제디오토바이뿐 아니다. 중국의 AI 기업 100여 곳이 자사의 신기술을 뽐내려 이번 박람회장으로 모여 들었다.

중국과 미국의 ‘기술 패권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더욱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사진 신화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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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난해 이 산업에 쏟아부은 돈은 무려 161억 5900만 달러(약 18조 576억 원). 중국정보통신연구원(CAICT)이 최근 발표한 ‘2020 글로벌 인공지능 산업 지도’에 따르면 중국의 AI 산업 규모는 약 434억 달러로 전년보다 13.8% 늘었다. 전 세계 AI 산업 규모는 1565억 달러로 중국이 24.6%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인공지능 관련 기업 중 미국 기업이 38.3%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관련 산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AI 기술 발전으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 중국 AI 산업에 천문학적인 돈 ... 부작용도 속출

가장 큰 문제는 방대한 데이터 수집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슈들이다. 인공지능 기술 혁신을 위해선 데이터 수집이 관건이라서다. 신화통신은 이를 짚은 보도에서 "데이터를 수집ㆍ보관ㆍ사용하는 과정에서 법적ㆍ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 신화통신]

[사진 신화통신]

기술 악용도 문제다.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보이스피싱 등이 활개를 치고 있어서다. 유럽연합(EU)이 이를 막겠다며 최근 'AI 이용 규제 법안'을 내놓았을 정도로 전 세계에서 심각하게 떠오르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다른 차원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덩타이화 화웨이 부총재는 “중국의 AI 산업이 주로 알고리즘 및 기술 응용 혁신에 편향돼 있어서 기초 소프트ㆍ하드웨어 칩과 AI 운영체제(OS)의 발전은 더딘 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외 기술 플랫폼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힘들단 얘기다. 미국을 넘어서고 싶은 중국 정부에 뼈아픈 대목일 수밖에 없다.

◇ 중국 정부에 "AI 관련 법률 마련 시급" 목소리 커져

업계 관계자들 역시 이런 문제들을 알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AI가 신생 기술이라 관련 법률이 부족하며 관리ㆍ감독의 맹점이 존재하기에 제도적 측면에서 규범이 필요하다”(센스타임 관계자) “정부가 나서서 AI 컴퓨팅센터를 구축해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우하오 화웨이그룹 관계자)는 등의 말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새 '디지털 안전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내놓고 AI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그러나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을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신화통신은 “기업 차원에서도 업계 내 윤리 협회를 조직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AI 산업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선 관련 법률 제정이 필수적”이라고 꼬집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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