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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뒤 2000만원 마통 있으면…주택대출 1억도 못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3년 7월부터 마이너스 통장만 있어도 주택담보대출 등 1억원이 넘는 신규 대출을 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 마이너스 통장을 새로 개설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금융위원회가 29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 개인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29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 개인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은행별로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단계별로 차주(대출을 받는 사람)에게 적용해 소득에 맞는 대출을 받게 한다는 취지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주담대에 마이너스 통장(마통) 등 신용대출을 더 해 집을 사는 ‘영끌’이 사실상 막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스분석]

DSR은 대출 심사 때 차주(대출을 받는 사람)의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원금+이자)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다만 전세담보대출 등 소득 이외의 상환재원이 있는 대출은 제외한다.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합하는 만큼, 주담대 원리금에 기존 대출의 이자만 구해 산출하는 DTI(총부채상환비율) 등에 비해 강력한 대출 규제 수단이다.

현재는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주택이나 연 소득 8000만원 넘는 고소득자가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을 때만 DSR 40% 한도가 적용된다.

DSR 확대도입 계획.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DSR 확대도입 계획.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DSR 40% 1억 초과 전 차주에 적용…신용대출 한도 '반토막'

차주 단위 DSR은 3단계로 나눠 적용된다. 우선 오는 7월부터 규제지역 내 6억원 초과 주택이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받을 때 DSR이 40%를 넘을 수 없다. 단계적으로 DSR을 확대해 2022년 7월에는 총대출액 2억원 넘는 모든 대출에, 23년 7월에는 총대출액 1억원이 넘는 모든 대출에 DSR이 적용된다.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이 없을 경우 DSR 규제가 대출 한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매매가 9억원 이하 아파트에 LTV(주택담보비율) 40%가 적용돼서다. 문제는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이 있을 때다.

당국은 DSR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며 신용대출 DSR 산정 만기도 실제 대출 만기에 맞추기로 했다. 현재는 신용대출은 실제 만기와 상관없이 만기 10년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1년마다 갱신되는 마통도 관행적으로 만기 10년을 적용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런 신용대출 산정 만기를 올해 7월에는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고, 내년 7월에는 5년으로 다시 낮춘다. 이렇게 되면 신용대출의 한도도 줄어들게 된다. 기존에는 10년에 걸쳐 갚는 것으로 본 원리금을 7년, 5년 등에 걸쳐 갚는 거로 간주해 갚아야 할 원리금이 불어나게 된다.

특히 DSR 적용이 완료되는 23년에는 실제 만기를 DSR 산정 만기로 삼게 된다. 마통의 경우 한도 액수가 곧 그해 갚아야 할 원리금이 되는 셈이다. 연 소득이 5000만원인 경우 한도 2000만원 짜리 마통만 있어도 DSR 40%를 넘게 된다.

대출 가능 금액 얼마나 줄어드나_7억아파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대출 가능 금액 얼마나 줄어드나_7억아파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마통 있으면, 22년 주담대 한도 40%↓…23년엔 1억 밑  

마통이 있는 경우 주담대 금액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연 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 A씨가 서울 지역의 집값 7억원 짜리 아파트를 사며 주담대(금리 연 2.7%, 원리금 균등방식, 30년 분할 상환)를 받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우선 마통 등 기타대출이 없는 경우 주담대는 2억8000만원(LTV 40%)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A씨가 한도 5000만원의 마통(금리 연 3%)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해 7월 이후 A씨가 받을 수 있는 주담대 금액은 2억3000만원으로 5000만원(17.8%) 줄어든다. 내년 7월에는 이 금액이 1억7000만원으로 줄어, 대출 가능 금액이 총 1억1000만원(39.2%) 감소한다. 기존에 없던 DSR 40%가 적용된 데 이어, DSR 산정 만기 기준이 7년에서 5년으로 줄어든 결과다.

총대출액 1억원이 넘는 대출에 DSR이 적용되는 23년 7월부터 A씨가 받을 수 있는 주담대는 8000만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기존의 마이너스 통장만으로 이미 DSR 한도를 넘어섰기 때문에 마통 한도도 2000만원(DSR 40%)으로 줄어야 한다. 만약 마통의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으면 주담대에만 DSR이 적용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가격이 올라 주담대 한도를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마통 대출로 이를 메워왔는데 이번 대책으로 이런 길이 막혔다”며 “기존 일시상환 방식의 신용대출도 대부분 만기 1년 약정이 많아 신용대출로 집을 사는 '영끌'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대출 가능 금액 얼마나 줄어드나_9억원 아파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대출 가능 금액 얼마나 줄어드나_9억원 아파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금융위 마통 약정기간 3년 상품 출시…은행에선 “사실상 불가능”  

금융위는 신용대출 등 대출 한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점을 감안해 신용대출도 분할상환할 경우 산정 만기를 늘려준다는 방침이다. 총대출액의 40%를 분기 또는 월별 균등분할상환할 경우 산정 만기를 최대 10년까지 적용해준다. 금융위는 23년까지 약정 만기 3~5년짜리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의 출시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1년 만기 대출이 전체 신용대출의 80∼90%를 차지하는 등 과도하게 단기화한 신용대출 시장을 실제 자금 수요에 맞게 중장기 만기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방침에 대해 시중은행은 회의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 통장의 만기약정을 3년 등으로 늘린다는 건 신용도의 변화를 금리에 반영할 수 없는 은행 입장에서 상당 부분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며 “향후 수익성이 적은 마통을 깐깐하게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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