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시작되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5·2전당대회 직후부터 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친노(친노무현)의 좌장’격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은 내달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2주기에 가까운 날을 고르고 있다. 정치적 경력과 연배에서 앞선 정 전 총리가 내달 15일께 출사표를 먼저 던지고 이 의원이 일주일 정도 시차를 두고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정 전 총리는 이미 지난 25일부터 영남→호남→충청 순으로 전국을 돌며 민심을 듣고 조직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 16일 사임 직전까지도 당내에선 정 전 총리의 경선 도전 자체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았다. 그러나 정 전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정 전 총리가) 좌고우면하지 않고 돌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치의 새로운 역할’을 주제로 한 정 전 총리의 29일 광주대 특강 키워드는 ‘질 좋은 성장’과 ‘돌봄 사회’였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투자를 통해 혁신을 이루고 복지사회를 뛰어넘는 ‘돌봄 사회’로의 전환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4·7 재·보선 국면에서 부산시장 선거 지원에 올인했던 이 의원은 최근 암호 화폐 문제와 관련해 “가상자산을 신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정부와 각이 다른 주장으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의원과 가까운 인사는 “정치를 떠난 9년간 갈고 닦은 비전이 준비돼 있다”며 “진영 논리를 넘는 미래지향적 어젠다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또 다른 측근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게 이 의원의 확고한 판단”이라며 “대안적인 복지 담론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번 타자 박용진, 2번 타자 양승조
가장 먼저 출사표를 내겠다고 예고한 건 박용진 의원이다. 박 의원은 중앙일보에 “20대 대통령 취임식 1년 전인 오는 5월 9일, 취임식이 열릴 국회 본청 앞에서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며 “당이 앞으로 어려울 텐데 누군가는 몸부림을 쳐야 한다. 내가 앞장선 것”이라고 밝혔다. 빠른 움직임과 친문 주류와는 차별된 노선으로 ‘쇄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석이다. 10년 일하면 누구나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는 ‘행복 국가’가 그의 비전이다.
바로 다음 날 양승조 충남지사도 세종시 지방자치회관에서 출마 선언을 한다. 이 건물 1층에는 노 전 대통령이 2000년 16대 총선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부산 북·강서을에 도전했을 때 썼던 무쏘 차량이 전시돼 있다. 양 지사 측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을 본받아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단 의미를 담아 출마 선언 장소를 정했다”고 말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 이후 사그라들었던 여권 내 ‘충청 대망론’을 되살려 보겠다는 게 양 지사의 바람이다.
익명을 원한 정치 컨설턴트는 “몸집이 작은 후보일수록 선언 시기를 앞당겨야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며 “박 의원과 양 지사 입장에선 시기를 합리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이낙연은 ‘속도 조절’
오랜 기간 여권 대선주자 1·2위를 다퉈 온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출마 선언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는 판단이다. 이 지사는 당분간 도정에 집중하면서 ‘대세론’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물리적으론 6월 내 출마선언을 하겠지만, 현재 잡힌 계획은 없다”며 “선언보다 성과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경기 고양시에 열린 경기도 주최 ‘기본소득 박람회’ 개막식에서 이 지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같은 언론들이 기본소득 정책에 이미 주목하고 있다”며 ‘기본소득’이 여전히 핵심 대선 어젠다임을 분명히 했다.
이 전 대표는 4·7 재·보선 패배 후 “만인보를 적겠다”며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민심을 듣고 있다. 공개 행보는 많지 않지만, 정책과 조직 파트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기존에 준비된 경제·복지·외교 정책을 가다듬고 암호 화폐 등 최근 현안에 대한 입장도 정리하고 있다”며 “출마 선언 시기도 늦지 않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5·2 전대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추 전 장관 측 인사는 “당의 개혁노선이 흔들리면 지지층의 강력한 출마 요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 측 인사는 “출마 여부 자체를 놓고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선 도전설이 나왔던 최문순 강원지사는 최근 강원 홍천군 한중문화타운 사업이 반중(反中) 정서 부닥쳐 좌초되는 과정에서 의지가 한풀 꺾였다. 최 지사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강원도는 전국 인구 3%의 한계가 있다. 돌파할 확신도 없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