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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정세균·이광재 노무현 12주기 즈음 대선 출정 깃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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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내달 15일경 출마선언을 한다. 방식이나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 전 총리 주변에선 "청년들과 함께 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내달 15일경 출마선언을 한다. 방식이나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 전 총리 주변에선 "청년들과 함께 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7월 시작되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5·2전당대회 직후부터 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친노(친노무현)의 좌장’격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은 내달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2주기에 가까운 날을 고르고 있다. 정치적 경력과 연배에서 앞선 정 전 총리가 내달 15일께 출사표를 먼저 던지고 이 의원이 일주일 정도 시차를 두고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정 전 총리는 이미 지난 25일부터 영남→호남→충청 순으로 전국을 돌며 민심을 듣고 조직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 16일 사임 직전까지도 당내에선 정 전 총리의 경선 도전 자체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았다. 그러나 정 전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정 전 총리가) 좌고우면하지 않고 돌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치의 새로운 역할’을 주제로 한 정 전 총리의 29일 광주대 특강 키워드는 ‘질 좋은 성장’과 ‘돌봄 사회’였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투자를 통해 혁신을 이루고 복지사회를 뛰어넘는 ‘돌봄 사회’로의 전환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내달 23일 이전에 출마선언을 하기로 하고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다. 여시재 원장 등을 지내며 닦은 어젠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내달 23일 이전에 출마선언을 하기로 하고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다. 여시재 원장 등을 지내며 닦은 어젠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4·7 재·보선 국면에서 부산시장 선거 지원에 올인했던 이 의원은 최근 암호 화폐 문제와 관련해 “가상자산을 신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정부와 각이 다른 주장으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의원과 가까운 인사는 “정치를 떠난 9년간 갈고 닦은 비전이 준비돼 있다”며 “진영 논리를 넘는 미래지향적 어젠다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또 다른 측근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게 이 의원의 확고한 판단”이라며 “대안적인 복지 담론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번 타자 박용진, 2번 타자 양승조

가장 먼저 출사표를 내겠다고 예고한 건 박용진 의원이다. 박 의원은 중앙일보에 “20대 대통령 취임식 1년 전인 오는 5월 9일, 취임식이 열릴 국회 본청 앞에서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며 “당이 앞으로 어려울 텐데 누군가는 몸부림을 쳐야 한다. 내가 앞장선 것”이라고 밝혔다. 빠른 움직임과 친문 주류와는 차별된 노선으로 ‘쇄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석이다. 10년 일하면 누구나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는 ‘행복 국가’가 그의 비전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내달 9일 국회 본청 앞마당에서 20대 대선 출마선언을 한다. 박 의원은 "간보지 않고 제대로 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나 다음 출마선언은 무게감 있는 분이 해서 분위기를 띄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내달 9일 국회 본청 앞마당에서 20대 대선 출마선언을 한다. 박 의원은 "간보지 않고 제대로 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나 다음 출마선언은 무게감 있는 분이 해서 분위기를 띄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바로 다음 날 양승조 충남지사도 세종시 지방자치회관에서 출마 선언을 한다. 이 건물 1층에는 노 전 대통령이 2000년 16대 총선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부산 북·강서을에 도전했을 때 썼던 무쏘 차량이 전시돼 있다. 양 지사 측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을 본받아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단 의미를 담아 출마 선언 장소를 정했다”고 말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 이후 사그라들었던 여권 내 ‘충청 대망론’을 되살려 보겠다는 게 양 지사의 바람이다.

익명을 원한 정치 컨설턴트는 “몸집이 작은 후보일수록 선언 시기를 앞당겨야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며 “박 의원과 양 지사 입장에선 시기를 합리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이낙연은 ‘속도 조절’

오랜 기간 여권 대선주자 1·2위를 다퉈 온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출마 선언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는 판단이다. 이 지사는 당분간 도정에 집중하면서 ‘대세론’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물리적으론 6월 내 출마선언을 하겠지만, 현재 잡힌 계획은 없다”며 “선언보다 성과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경기 고양시에 열린 경기도 주최 ‘기본소득 박람회’ 개막식에서 이 지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같은 언론들이 기본소득 정책에 이미 주목하고 있다”며 ‘기본소득’이 여전히 핵심 대선 어젠다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7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는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을 찾아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났다. 당시 두 사람은 여론조사에서 양강구도였다. 이 전 대표는 만남 뒤 "(이 지사가) 참 매력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었다. 임현동 기자

지난해 7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는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을 찾아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났다. 당시 두 사람은 여론조사에서 양강구도였다. 이 전 대표는 만남 뒤 "(이 지사가) 참 매력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었다. 임현동 기자

이 전 대표는 4·7 재·보선 패배 후 “만인보를 적겠다”며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민심을 듣고 있다. 공개 행보는 많지 않지만, 정책과 조직 파트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기존에 준비된 경제·복지·외교 정책을 가다듬고 암호 화폐 등 최근 현안에 대한 입장도 정리하고 있다”며 “출마 선언 시기도 늦지 않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5·2 전대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추 전 장관 측 인사는 “당의 개혁노선이 흔들리면 지지층의 강력한 출마 요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 측 인사는 “출마 여부 자체를 놓고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문순 강원지사(왼쪽)는 2011년 재보궐선거로 당선된지 3선에 성공해 이번이 마지막 임기다. 이에 대선 출마설이 나왔지만 최근 한중문화타운 사업 비판을 받자 한발짝 물러섰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5월 10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출사표를 던진다. 뉴스1

최문순 강원지사(왼쪽)는 2011년 재보궐선거로 당선된지 3선에 성공해 이번이 마지막 임기다. 이에 대선 출마설이 나왔지만 최근 한중문화타운 사업 비판을 받자 한발짝 물러섰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5월 10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출사표를 던진다. 뉴스1

한편 대선 도전설이 나왔던 최문순 강원지사는 최근 강원 홍천군 한중문화타운 사업이 반중(反中) 정서 부닥쳐 좌초되는 과정에서 의지가 한풀 꺾였다. 최 지사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강원도는 전국 인구 3%의 한계가 있다. 돌파할 확신도 없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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