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윤, 대법관에 "개XX들아"…통진당 의원직 상실에 난동

중앙일보

입력 2021.04.29 16:27

업데이트 2021.04.29 17:29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김성룡 기자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김성룡 기자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으로 국회의원직을 잃은 이석기 전 의원 등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의원들에 대해 대법원이 “국회의원직 상실이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2014년 12월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 이후 의원직 소송 6년 만에 최종 결론이 나온 것이다.

대법, "위헌정당 해산으로 의원직 상실" 6년만 확정

대법원 특별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은 29일 전직 통진당 국회의원 5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정당 해산으로 인한 국회의원의 지위 상실 여부에 대한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다’면서도 ‘원고들이 위헌정당 해산 결정의 효과로 의원직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2014년 정당 해산 심판과 함께 의원직 상실 선고를 한 헌재의 판단을 대법원이 뒤집을 수 있느냐 여부였다. 대법원은 “법원은 위헌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법적 효과와 관련한 헌법과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사항을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내란선동죄로 징역 9년형이 확정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 [뉴스1]

내란선동죄로 징역 9년형이 확정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 [뉴스1]

대법관들에 "개XX들아"…"김명수 대법원, 법치 버렸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2호 법정에서 열린 상고심 선고에는 김재연ㆍ김미희ㆍ오병윤 전 의원도 참석했다. 재판장이 “상고를 기각한다”는 주문을 짤막하게 읽자, 오 전 의원이 벌떡 일어서 “야이 XXX들아! 늬들이 대법관이냐!”고 소리치며 장내에 소란이 벌어졌다. 오 전 의원이 삿대질하며 자리를 벗어나려 하자, 법정 경위들이 그를 에워싸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 전 의원은 법정 밖으로 나오면서도 “대법원을 폭파시켜버리고 싶다”고 하는 등 울분을 토했다.

이어 김재연 전 의원은 취재진에게 “오늘 김명수 대법원은 법치를 버렸다”며 “국회의원의 지위 확인의 결정 권한이 헌법재판소에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면서도 끝내 정치적 판결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헌재가 권한 없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국가배상을 포함한 모든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미희 전 의원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까지도 대법원은 국민이 가진 국회의원 선출 주권을 짓밟은 것”이라고 말했다.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이었던 오병윤(왼쪽부터), 김재연, 김미희 전 의원이 29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선고를 마치고 나와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이었던 오병윤(왼쪽부터), 김재연, 김미희 전 의원이 29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선고를 마치고 나와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 "국회의원 지위 판단은 법원 해석 권한"

이번 소송은 국회의원 지위 확인을 놓고 대법원과 헌재의 해석 권한 다툼이 벌어진 사건이기도 하다. 한국은 영미권 국가들과 달리 독일식 헌법재판소를 두고 있기에, 헌법과 법률의 최종 해석 권한을 놓고 대법원-헌재는 종종 긴장 관계를 형성하곤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헌재가 통진당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은 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 지위 상실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통진당 소속 의원들은 이에 대한 행정소송을 법원에 낸 거였다.

이에 대해 1심 서울행정법원은 “헌법에 대한 최종적인 해석 권한은 헌재가 하는 것”이라며 “법원은 이에 대해 다시 심리ㆍ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야 한다”며 소 각하 판결을 했다. “헌재의 의원직 상실 결정의 효력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판단을 법원이 내린다면, 권력분립 원리를 침해하는 해석이 돼 타당하지 못하다”고도 했다. 의원직 상실의 효력을 다투려면 법원이 아니라 헌재에 직접 재심을 청구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었다.

반면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의원직 상실 여부는 헌법과 법률에 명문 규정이 없지만, 이번 사건은 국가를 상대로 낸 국회의원 지위 확인에 관한 행정소송이어서 법원에 판단 권한이 있다는 게 명확하다”며 본안 판단으로 나아갔다. 

이어 “국회의원의 정치활동은 헌법적 테두리 내에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는 경우에만 허용되는 것”이라며 “ 법률에 명시적 규정이 없더라도 정당 해산 결정이 내려졌다면 그 소속 의원들은 당연히 의원직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명시했다.

단, 5명의 의원 가운데 이석기 전 의원은 정당 해산 심판과 별개로 내란선동죄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9년형이 확정돼 이미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상태였다.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선고. 지난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 법정 나서며 기자회견하는 이정희 대표와 통진당 의원들. [중앙포토]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선고. 지난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 법정 나서며 기자회견하는 이정희 대표와 통진당 의원들. [중앙포토]

2심 재판 이동원 대법관은 제척…양승태 재판 쟁점이기도

옛 통진당 국회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양 전 대법원장이 헌재에 대한 대법원의 위상 강화를 위해 각하 판결(법원은 판단 권한이 없다)이 아닌 기각 판결(판단 권한이 있다)을 할 것을 1·2심 재판부에 종용했는지 여부를 현재 재판으로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행정6부 재판장이었던 이동원 대법관은 대법원 특별3부 소속이지만 제척(除斥)해 이번 판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상규 전 의원은 “이동원 대법관은 2심 재판 판결문을 쓴 사법농단의 한 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이동원 대법관은 지난해 8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6년 3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을 만나 보고서 형태 문건을 받은 적이 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고 침묵했다”고 했다. 2심 결과는 법원행정처 의견과 별개로 판단한 것이라는 취지였다.

대법 "지방의원은 국회의원과 달라" 의원직 유지

한편 같은 날 옛 통진당의 비례대표로 당선됐던 이현숙 전 전라북도 도의원의 퇴직처분 취소소송은 1·2심과 마찬가지로 이 전 의원이 승소했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방의회 의원직은 국회의원과 역할이나 헌법·법률상 지위 등에 있어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고, 지방의회 의원직 상실이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에서 곧바로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제192조 4항)은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은 소속 정당이 합당, 해산했거나 당적을 이탈한 경우 퇴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이 규정이 ‘헌재에 의한 정당 해산 결정’까지 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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