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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된다" "선출직은 감당해야" 조응천·윤건영 문파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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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 이른바 ‘문파’의 문자폭탄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소장파 재선인 조응천 의원이 문자폭탄에 대해 “위축되고 목소리가 줄어들게 된다”고 토로하자 같은당 윤건영 의원은 “선출직이라면 그 정도는 감당하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문자폭탄을 공개하며 “(문파들은) ‘탈당해라’ 이런 식으로 나온다”며 “그러면 그냥 만성이 된 사람들은 '그런가 보다'라고 하는데 맷집이 약한 의원들은 위축되고 하면 목소리가 줄어들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저번에 (2030) 초선들이 하루 이틀 만에 항복선언하지 않았나”라며 “그분들은 아마 처음 당했으니까. 그리고 하루 종일 문자가 오니까 휴대폰을 사용 못 할 정도로 오면 처음에는 완전히 질릴 것이다. 나도 처음 당할 때는 ‘이게 뭐지’ 했다”고 밝혔다.

소속 의원들이 문자폭탄을 의식하는 배경에 대해선 권리당원 50%, 국민 여론조사 50%의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 총선 공천 구조를 언급하며 “그러면 권리당원들, 특히 강성지지층을 아마 의원들이 전부 다 신경을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나아가 자신에게 쏟아진 문자메시지 내용의 일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조금만 다르면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흰머리 짐승인데’ 이런다”고 했다.

전날 김용민 의원이 “故김대중 전 대통령은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라고 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정부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비판하고 목소리를 내라는 뜻이지 자기 소속 의원들한테 문자폭탄 보내고 위축시키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발언 취지가 당시 이명박(MB) 정부를 비판한 것임을 언급하며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비판하고 목소리를 내라는 뜻이지 자기 소속 의원들한테 문자폭탄 보내고 위축시켜라, 이런 뜻은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그러니까 김용민 의원은, 혹은 박주민, 김종민 (의원 등을 보면) 그동안 전당대회에서 성공방정식이 있다”며 “계속 1위를 했지 않는가”라며 강성 지지층 지지로 지도부에 입성하거나 출마한 자당 의원들을 실명 비판했다.

“선출직이라면 감당해야" "오히려 권장할 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반면 친문 주류는 이날도 문자폭탄 엄호를 이어갔다.

문재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어려운 시절에도 ‘대통령 욕해서 주권자인 국민의 속이 풀린다면 얼마든지 하셔라, 그게 온당하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며 “선출직이라면 그 정도는 감당하고 가야 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이 문파를 향해 ‘의원들을 놓아 달라’고 요구한 걸 어떻게 평가하냐는 진행자 질문에 “조응천 의원님께서는 그런 말씀 하실 수 있지만…”이라며 덧붙인 의견이다.

윤 의원은 당심과 민심 간 괴리 문제에 대해선 “특별히 괴리돼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민주당에 다양한 구성원이 있다. 색깔은 다양할 수 있다. 그 중에 몇몇 색이 도드라져 보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색을 죽이거나 지울 순 없다”고 반박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용민 의원도 전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편으로는 문자폭탄, 강성 지지자라고 표현될 수도 있지만 나는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지지자들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적극적인 의사 표시는 권장되어야 된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오히려 권장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맞다. 특히 국회의원 같은 경우에는 그런 국민의 목소리 그리고 당원의 목소리를 계속 청취해야 한다”고 답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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