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운동 지병 있을 땐 주의사항부터 챙겨야

중앙일보

입력

날씨가 풀리면서 야외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새로운 경향은 힘들게 뛰는 사람보다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운동효과가 달리기에 뒤지지 않는 데다 기초체력이나 운동 경험이 없는 사람도 안전하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지병이 있는 사람에겐 걷는 것도 부담이 된다. 환자에게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고혈압과 관절염 .요통 환자들이 걷기 전 미리 챙겨야 할 운동요령을 소개한다.

*** 고혈압 환자

처음과 마지막 10분은 정상 속도 절반 정도로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 걷기는 가장 안전하고 효과가 높은 운동이다. 비만이 해소되고 혈압이 내려가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의 위험도가 낮아진다. 혈관이 탄력을 받으면서 심장의 부담을 줄이고, 예민한 교감신경이 안정을 되찾기 때문. 그러나 운동중 갑작스러운 혈압 상승은 응급상황을 부를 수 있으므로 매우 유의해야 한다.

혈압은 위험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정상 혈압치는 수축기 120㎜Hg , 확장기 80㎜Hg 이하. 이 수치부터 고혈압으로 진단되는 140/90㎜Hg 미만은 '직전 고혈압' , 그리고 160/100㎜Hg 미만의 경우엔 경증 고혈압, 그리고 180/110㎜Hg 이상은 중증 고혈압으로 분류한다. 대체로 직전 및 경증 고혈압 환자에게 걷기는 그다지 무리가 가지 않는 안성맞춤 운동이다. 문제는 중증 고혈압 환자. 특히 혈압은 다리운동보다 팔운동을 할 때 더 올라간다. 따라서 아령들기와 같은 무산소 운동은 금물. 또 갑작스럽게 혈압을 높이는 언덕 오르기, 단거리 달리기도 삼가야 한다.

걷기를 시작할 때는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철저히 해야 한다. 처음 10분간은 정상 속도의 절반으로 걷다가 몸이 달궈지면 비로소 빠른 걸음으로 들어가야 한다. 마무리할 때도 마지막 10분간은 천천히 걷기로 돌아온다. 팔.다리에 몰려 있던 혈액이 천천히 심장으로 돌아오도록 유도해야 하기 때문.

걷기 전 심장 운동부하검사를 받고 운동처방을 받아야 할 고위험군도 있다. 평소 운동을 안 한 사람으로, 40세 이상이면서, 당뇨병을 처음 발견한 고혈압 환자들이다.

*** 관절염 환자

시속 4km로 30분 적당 비탈진 곳은 피하도록

통증 때문에 활동량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관절기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따라서 조금 아픈 정도라면 낮은 강도로 걷기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혈액순환이 좋아지면서 염증이 개선돼 통증이 줄어들고, 무릎을 감싸고 있는 근육이 단련되기 때문이다.

관절염 환자는 대체로 두 가지만 유의하면 된다. 하나는 무릎관절 근육을 강화하는 것. 무릎 통증은 관절염 자체보다 슬개골(무릎을 덮고 있는 뚜껑 뼈)이 정상위치에서 이탈하는 '슬개대퇴증후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슬개골을 붙들고 있는 4개의 대퇴근육을 단련해야 한다. 4개 근육 중 3개는 슬개골을 바깥쪽으로, 1개는 안쪽으로 당기면서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이를 골고루 발달시키려면 두 가지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먼저 의자에 앉아 발을 들어 무릎을 펴는 동작을 한다. 천천히 올려 무릎이 수평이 됐을 때 10초간 멈췄다가 내리는 행동을 발을 번갈아가며 반복한다. 다음은 양쪽 무릎 사이에 공을 끼우고 조인다. 역시 조인 상태에서 10을 세고 풀어준다.

다음은 속도. 속보는 시속 6㎞로 걷는 것을 말한다. 관절염 환자는 속도를 시속 4㎞로 30분 정도 걷는다. 처음 10일간은 거리를 늘리지 않고 속도를 조금씩 올리고, 적응이 되면 차츰 멀리 걷는다. 또 경사진 곳도 피해야 한다. 무릎 각도가 30~40도가 되면 슬개골과 아래 다리뼈(경골)이 맞닿아 통증이 더 심해진다.

*** 요통 환자

신발은 푹신한 걸로 약간 오르막길 좋아

허리 통증은 대부분 운동부족에 의한 허약한 근력에서 비롯된다. 허리를 붙들고 있는 근육과 인대가 부실해지면 인체 기둥도 흔들거리게 마련. 골다공증 역시 운동부족이 원인이다. 뼈는 압력을 줘 자극할수록 단단해진다. 뼈를 만드는 골아세포가 활성화되기 때문. 걷기는 다리뼈뿐 아니라 척추에도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 뼈의 노화를 막는다. 따라서 걷기는 요통 개선뿐 아니라 골다공증에 가장 훌륭한 운동 처방이다.

요통환자는 빠르게 걷는 것보다는 약간 경사진 길이 추천된다. 35도 이하의 언덕이나 계단은 척추 기립근을 훈련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내려올 때는 척추에 충격이 크고, 근육이 긴장돼 오히려 운동효과가 떨어진다.

양손에 가벼운 아령이나 웨이트 밴드를 다리에 차고 걷는 것도 좋다. 무게중심을 잡고, 허리 근력을 강화시켜 운동 효과를 높인다.

요통환자 역시 걷기 전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으로 몸을 데워야 한다. 이때 허리를 비트는 동작, 특히 허리를 굽혀 좌우로 돌리는 체조는 삼간다. 허리에 충격을 줄이기 위해 신발 바닥이 쿠션이 좋은 것을 고르고, 두툼한 양말을 신도록 한다.

*도움말: 일산백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양윤준 교수, 힘찬병원 이수찬 원장

*참고: 넥서스BOOKS 남상남(한국걷기과학학회부회장) 지음 '걷기운동 30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