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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누명" 극단선택까지…디지털교도소 운영자 징역 3년6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범죄자 등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해 붙잡힌 '디지털 교도소' 1기 운영자가 지난해 10월 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성범죄자 등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해 붙잡힌 '디지털 교도소' 1기 운영자가 지난해 10월 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성범죄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신상을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피해 원상 회복할 방법 없어"

대구지법 제8형사단독(부장판사 박성준)은 28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디지털 교도소 1기 운영자 A씨(33)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818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자의적인 정의감에 사실 내지 허위사실을 게시한 이 사건 범행은 특성상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며 피해를 원상회복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 실제 많은 피해자가 악성 댓글 등으로 일상생활을 이어나가지 못할 피해를 보았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도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3~8월 아동학대 가해자 등 120여 명의 이름과 사진 등을 170여 차례에 걸쳐 온라인에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디지털 교도소 소개에 ‘저희는 대한민국의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여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고 적었다. A씨는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사이트인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된 성범죄자 6명의 정보를 온라인에 무단으로 게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는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해 대중이 직접 죄를 묻겠다는 취지로 개설됐지만, 실제 범죄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의 신원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한 대학생이 자신의 신상이 이 사이트에 오른 것이 억울하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인접 국가인 베트남에 은신해 있다가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적색 수배로 9월 22일 베트남 공안부에 검거됐다. 이후 같은 해 10월 6일 국내에 송환돼 대구경찰청으로 압송됐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디지털 교도소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지난해 9월 8일 해당 사이트는 폐쇄됐지만 2기 운영자를 자처한 인물이 사흘 만에 운영을 재개했다. A씨가 국내로 송환되면서 2기 운영자는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한 상태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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