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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키우느라 배우했다" 윤여정…통계 속 워킹맘 팍팍한 삶

중앙일보

입력

25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는 윤여정. 로이터=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는 윤여정. 로이터=연합뉴스

“My two boys who made me go out and work(두 아들을 키우느라 일을 해야 했다).”

배우 윤여정이 아니라 ‘워킹맘’ 윤여정으로서 솔직한 오스카 수상 소감이 화제를 모은다. 윤여정은 과거 인터뷰에서도 “이혼하니까 당장 두 아들의 양육비가 필요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5500만원 짜리 전셋집을 구할 때도 500만원을 어머니께 빌렸을 만큼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경제통]

왕성하게 활동했던 젊은 시절, 결혼 이후 ‘경력 단절’, 이혼 후 생업 전선에 뛰어든 그의 인생사는 대한민국 한부모 가정에서 여성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명 여배우조차 생활고에 시달렸을 만큼 어려운 이혼 워킹맘의 삶을 여성가족부 통계로 들여다봤다.

여가부가 3년마다 발표하는 ‘2018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의 77.6%가 이혼 가정이다. 이어 사별(15.4%)ㆍ미혼(4%)ㆍ별거(2.9%)ㆍ기타(0.1%) 순으로 이혼 가정이 다수다. 이혼한 뒤로는 엄마와 자녀가 함께 사는 경우가 가장 많다. 모자(母子) 가구(51.6%)와 모자와 할머니 등이 함께 사는 모자+기타 가구(13.9%)를 더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80% 이상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양육비ㆍ교육비 부담’을 꼽아 윤여정의 삶의 궤적과 비슷했다.

같은 통계에서 한부모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월 219만원으로 나타나 생활고가 심각했다. 조사 당시 일반 가구 가처분 소득(389만원)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73%가 “(이혼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한 번도 받은 적 없다”, 84.2%가 “생활고를 극복하기 위해 취업했다”고 답했다.

생활 전선에 내몰렸지만, 일자리는 변변치 못했다. 취업한 한부모의 월평균 근로ㆍ사업소득은 202만원이었다. 그나마 모자 가구는 169만원, 부자 가구는 247만원으로 차이가 80만원 가까이 벌어졌다. 직종별로 서비스업(31.7%)ㆍ사무직(19.2%)ㆍ판매직(17.5%) 순이었다. 취업한 한부모의 41%가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할 정도로 노동 강도도 셌다. 여가부는 “취업하더라도 고용 안정성이 낮고 근로ㆍ사업소득이 적은 워킹푸어(working poor)의 특성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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