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말고 뭐든…로드숍의 변신

중앙일보

입력 2021.04.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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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때 K뷰티를 이끌던 한국 화장품 로드숍은 코로나19 직격탄에 존폐 위기를 맞았다. 뉴스1

한때 K뷰티를 이끌던 한국 화장품 로드숍은 코로나19 직격탄에 존폐 위기를 맞았다. 뉴스1

2000년대 초반 서울 명동과 강남역 등 주요 상권을 장악했던 화장품 로드숍이 존폐 위기를 맞으면서 신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보복에 이어 코로나 직격탄까지 맞으면서 화장품 밖 영역에서 활로를 모색하려는 시도다.

사드 이어 코로나 덮쳐 존폐위기
토니모리, 펫푸드 사업으로 전환
미샤, 인사동점 닫고 카페 열어
클리오, 건강기능식품 사업 채비

27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화장품 로드숍의 전성기를 이끈 에이블씨앤씨의 브랜드 미샤는 지난해 매장 164개를 닫은 데 이어 지난 1~3월에도 30개를 추가 폐점했다. 현재 매장 수는 400여 개로 10년 전(800여 개)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복숭아 모양의 독특한 핸드크림 용기로 인기를 끈 토니모리의 매장 수는 2019년 517개에서 지난해 452개로 줄었다.

대기업 로드숍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니스프리는 매장 수가 2019년 920개에서 지난해 656개로 줄었다. 에뛰드하우스는 2018년 393개에서 2019년 275개로 100개 이상 줄었고, 현재 홈페이지에 나오는 매장 수는 164개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은 2019년 598개에서 지난해 463개로 감소했다.

반려견·카페·건기식 ‘탈 화장품’ 진출   

코로나19 이후 화장품 로드숍 매출 감소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코로나19 이후 화장품 로드숍 매출 감소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에 로드숍들은 ‘탈 화장품’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토니모리는 지난달 한국 최대 단미사료(원료사료) 제조업체인 오션을 인수했다. 오션은 사료와 간식 등 프리미엄 펫 푸드와 위생용품을 제조·유통하는 회사다. 토니모리는 오션 인수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펫 푸드 사업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오션은 2019년부터 펫 간식을 수출하고 있는데 현재 미국 식품의약처(FDA) 등록을 완료하고 캐나다 업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토니모리는 화장품과 펫 푸드의 주요 구매자가 20~40대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매장을 폐점하고 ‘웅녀의 신전’이라는 카페를 열었다. 매장 내외부는 동굴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쑥을 원료로 한 음료를 판매한다. 미샤의 대표 상품인 개똥쑥 토너·에센스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독특한 컨셉트의 공간 덕분에 카페 오픈 넉 달 만에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1000개가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화장품과 결이 비슷한 이너뷰티(몸 속 건강) 영역에 진출하는 경우도 있다. 클리오와 페리페라 등 색조 화장품 강자로 꼽히는 클리오는 지난달 열린 주주 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식음료품 및 건강기능식품의 제조·유통·판매’를 추가했다. 이미 클리오는 지난해 9월 건강기능식품 제조 및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자회사 클리오라이프케어를 설립해 이너뷰티로 사업 다각화를 준비해 왔다. 올해 콜라겐 원료의 건기식 제품을 처음 선보일 계획이다.

화장품 제조 1위의 AI 전문가 영입  

명동에 한 화장품 로드숍은 점심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배정원 기자

명동에 한 화장품 로드숍은 점심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배정원 기자

로드숍 브랜드를 고객사로 둔 화장품 제조업체도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서긴 마찬가지다. 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1위 코스맥스는 신재생에너지사업과 인공지능(AI)기반 솔루션, 플랫폼 개발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올 초 AI 전문가를 신임 사장으로 영입해 화장품 개발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글로벌 고객사는 물론 화장품 개발에 관심이 있는 인플루언서까지 아우르는 맞춤형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화장품 업계는 한정된 시장을 놓고 온라인·면세점·역직구·원브랜드숍과 멀티브랜드숍, H&B(헬스&뷰티)가 서로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서로 이익을 뺏어와야 하는 제로섬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전략을 찾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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