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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윤석열 좋은 검사일뿐…한국서 대통령 될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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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여권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7일 대구시 중구 동산병원 예방접종센터를 찾았다. 정 전 총리는 지난해 2월 신천지발 대구 지역 코로나 확진 사태 당시 3주간 대구에 상주하며 방역을 지휘했다. 연합뉴스

여권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7일 대구시 중구 동산병원 예방접종센터를 찾았다. 정 전 총리는 지난해 2월 신천지발 대구 지역 코로나 확진 사태 당시 3주간 대구에 상주하며 방역을 지휘했다. 연합뉴스

“총리님 정말 국난 상황에서 중책을 맡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대구 지역 60대 상인)

지난 27일 대구의 상가 밀집지역인 동성로에 검은 정장 차림에 워킹화를 신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나타나자 그를 알아본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정말 고생하셨다”, “잘 되셨으면 좋겠다”는 인사말에 정 전 총리는 웃는 얼굴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등의 말로 응대했다. ‘미스터 스마일’은 그의 오래된 별명이다.

코로나 방역 인연 대구서 대권 행보 #“난 심리적으론 아직도 중대본부장” #영남과 인연 강조 “안동서 군 생활”

동성로 상인 김모 씨(56)는 “코로나 대유행 시국에서 정 전 총리가 대구에 내려와 있어 안도했다”며 “실제로 보니 푸근하고 또 훨씬 젊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해 2월 대구에서 신천지 관련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하자 3주간 대구에 상주하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진두지휘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정 전 총리의 대구 지역 일정에 동행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계명대 동산병원 예방접종센터였다. 정 전 총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장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의료진에게 “나는 심리적으론 아직도 중대본부장”이라며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고 격려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7일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7일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 중앙포토

병원에서 발걸음을 떼며 정 전 총리는 “지난해 2월 25일 대구에 내려왔을 땐 ‘대구가 중국 우한(武漢)처럼 되면 어쩌나’하는 마음뿐이었다”며 “이제 백신 접종이 제대로 안 되면 이제 내가 책임져야 한다. (정치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세균에게 방역은.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공공 의료계의 헌신이 컸다. 그렇게 K-방역이 이뤄졌으니 그걸 폄훼하는 건 지혜롭지 않은 일이다. 방역 성과와 책임은 내가 죽을 때까지 따라올 일이라고 생각한다.”
9월까지 코로나 백신 3500만명 접종이 가능한가.
“충분히 가능하다. 9900만명분의 백신을 계약했다. 6월부터 병·의원으로 접종처를 늘리면 가파르게 접종률이 올라갈 거다.”

최근 정 전 총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도입 문제로 설전을 벌였다. 이 지사가 청와대에 지난 19일 스푸트니크V 도입 검토를 요청하자 정 전 총리는 “청와대에 공박하듯이 제안하는 건 적절치 않다”(지난 22일)고 했다가 “중대본 회의에 잘 나오지 않아서 잘 모르는 거 같다”(지난 26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 지사 발언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거 같다. (방역을 총괄하는) 정부에 얘기하지, 왜 청와대나 언론에 말하나. 야당 출신도 아니고 여당 도지사가.”
비판 강도가 세지는 이유는.
“정치인이 회피하기만 하면 소신 없고 눈치 보는 사람처럼 보인다. 저에겐 ‘파이팅 스피릿’이 있다. 지금도 최소한만 반응하는 거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 25일 경남 밀양시 송기인 신부 자택을 찾아 인사했다. 송 신부는 부산 친노인사이자 민주화 운동 대부다. 정 전 총리 측 제공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 25일 경남 밀양시 송기인 신부 자택을 찾아 인사했다. 송 신부는 부산 친노인사이자 민주화 운동 대부다. 정 전 총리 측 제공

정 전 총리는 국무총리직 사임(지난 16일) 후 첫 행선지로 영남을 택했다. 지난 25일 경남 밀양을 찾아 부산 민주화 운동 대부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멘토인 송기인 신부를 만났다. “총리님의 원만함과 경력이 지금 필요하다”는 송 신부의 말에 정 전 총리는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 김경수 경남지사와 오찬을 함께 했다.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의 뿌리가 친노(親盧)임을 드러낸 것이다.

영남권 분위기가 어떤가
“저는 의성 정씨다. 안동에서 군 생활을 했다. 처가도 포항이어서 영남권에서 가깝게 느껴주시는 거 같다.”
호남 출신이란 점에 한계는.
“하하. 옛날보다는 지역주의가 조금 완화됐다.”
이낙연 전 대표와 호남경쟁은.
“거기에 주력하진 않는다. (호남에서 세를 모으자고) 쟁탈전을 벌이는 건 좋지 않다. 하지만 (전망은) 괜찮을 거다.”

고 김대중 대통령 권유로 정계에 입문해 15대 총선에서 당선된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과 열린우리당 의장(대표)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회의장을 거쳐 국무총리로 1년 3개월을 일했다. ‘대통령 빼곤 다 해 본 정치인’이라는 정치적 이력이 오히려 부담일 수 있다. 화려한 이력에 그는 “세 분 대통령께 인정을 받은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정통성이 완벽한 대선 주자란 의미다. “너무 다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묻자 “그런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경청하겠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집중호우 긴급점검회의에서 현장 보고를 받고 있다. 왼쪽은 정세균 국무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집중호우 긴급점검회의에서 현장 보고를 받고 있다. 왼쪽은 정세균 국무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의 공과는.
“문재인 정부는 오랜 숙제였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해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가정보원 개편 등 권력기관 개혁을 이뤘다. 북핵 문제도 해결은 못 했지만, 관리는 할 수 있게 됐다. 적잖은 성과가 코로나 확산에 가려졌다. 부족함이 왜 없겠나. 하지만 상당한 업적이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아주 바르고 좋은 분이다. 저는 불행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 될 거라 본다. 후임자가 전임자를 부정하는 정치는 이젠 없었으면 한다. 정권 재창출이 최고의 선(善)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필요성을 거론했다.
“민주당은 그런 것에 기대면 안 된다. 자력으로 정권 재창출할 궁리를 해야 한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오른쪽)가 27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아 민주당 출신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왼쪽)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정세균 전 국무총리(오른쪽)가 27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아 민주당 출신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왼쪽)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정 전 총리는 정치권 입문 전 종합상사인 쌍용그룹에서 17년(1978~1995년)간 일했다.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 진보”라고 말해 온 그는 2008년 저서『질 좋은 성장과 희망 한국』에서 “성장과 고용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면서 그 성과가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파급되는 성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대선 어젠다는.
“성장 없이는 분배가 어렵단 점에서 성장 담론을 꺼내야 하는데 진보진영에선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 그래서 고민 끝에 꺼낸 게 ‘질 좋은 성장’이다. 대·중소기업이 함께 혁신하고 동반 성장한 결과가 고용으로 이어져야 한다.”  
당·정의 부동산 난맥상이 두드러진다.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주거 빈곤층엔 공공임대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중산층에는 합리적인 가격에 자가 주택을 가질 수 있게 할 거다. 1가구 1주택자는 보호하는 세제를 만들어야 한다.”

정 전 총리는 민주당 내에 대표적인 분권형 개헌론자다. 그러나 그는 “(개헌은) 꼭 필요하지만 지금은 개헌의 시간은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본선 진출 시 경쟁자로 유력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좋은 검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좋은 검사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한국 수준과는 안 맞을 거 같다.” 정 전 총리는 이날 밤 광주를 향해 떠났다. 28일 5·18 민주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이틀간 광주·전남의 민심을 들을 예정이다.

대구=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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