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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미국은 왜 인도에 백신지원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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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지난달 12일 화상으로 진행된 Quad 정상회담. 왼쪽이 바이든. 화면 가운데가 모디 인도총리.허술해 보이지만 바이든 시대 세계를 움직이는 중국봉쇄연합이다.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화상으로 진행된 Quad 정상회담. 왼쪽이 바이든. 화면 가운데가 모디 인도총리.허술해 보이지만 바이든 시대 세계를 움직이는 중국봉쇄연합이다. 연합뉴스

중국봉쇄 위한 Quad 멤버인 인도와 일본..미국의 백신지원 받기로 #바이든, 자국 백신확보 끝나자..'인도주의'말하면서 동맹부터 지원

1.인도 모디 총리가 26일 오전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통화로 ‘코로나 백신 지원’약속을 받아냈습니다. 백신생산에 꼭 필요한 원료와 생산부자재 및 기술지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곧이어 백악관은 ‘ AZ(아스트라제네카)백신 6천만회 분량을 외국에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연히 상당량이 인도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2.인도 상황은 참혹합니다. 매일 세계기록을 깨고 있습니다. 하루 30만명 이상이 확진되고, 3천명이 사망합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이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인도인들이 코로나로 숨진 사실을 감추고 있으니까요. 주변의 경계와 정부의 통제를 피하기위해..
인도가 최악 국면을 맞은 이유는 올해초 방역지침을 대폭 완화한 탓이 큽니다. 지난해까지 비교적 방역에 성공적이라 방심했습니다. 코로나가 급확산하면서 두가지 악성이 겹친 ‘이중 변이(double mutant)’바이러스까지 등장했습니다.

3.심각하다고 미국이 도와주는 건 아닐 겁니다. 브라질이나 터키도 심각하지만 별 반응이 없습니다. 미국이 반응한 건 인도가 Quad멤버이기 때문일 겁니다. 바이든의 중국봉쇄전략에 동참하는 핵심 3개국(인도 일본 호주). 코로나가 폭증하면서 인도에선 ‘어려울 때 돕는 게 동맹인데 미국은 뭐냐’는 비난이 일었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인도의 원료공급 기술공유 요청에 미국이 냉담했습니다.

4.이때 작동한 것이 외교안보라인이었습니다. 지난달 Quad 정상회담에선 ‘공평한 코로나 백신공급에 협력한다’는 목적의 조직(Quad Vaccine Initiative)까지 만들었습니다. 바로 그 채널입니다. 미국 블링컨 국무장관이 정상간 통화 하루 전‘우리의 마음은 이미 인도인들에게 가 있다’고 트윗을 날렸습니다. 그러자 다음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우리는 인도를 도울 준비가 다 되어있다’고 말했습니다. 백신외교입니다.

5.바이든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트럼프 대통령의 ‘백신 고립주의’(백신관련 기술독점)을 비난했습니다. 당선되자 달라졌습니다. ‘다른 나라를 돕겠다. 하지만 모든 미국인이 백신을 맞은 다음에’라고..
트럼프와 다를 바 없는 ‘America First’백신민족주의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이번에 인도를 지원하면서도 참상을 위로하는‘인도주의’차원이라고 애써 강조합니다. 그럼 정상회담차 미국에 온 일본 스가 총리에게 화이자백신 5천만회분을 지원한 것도 인도주의인가요.

6.사실 미국은 이미 백신을 모두 확보했습니다. 18세 이상 인구의 53.9%가 백신을 맞았습니다. 확보한 백신이 모두 6억회분이랍니다. 전국민 3차 확인접종(Booster Shot)까지 가능합니다. AZ는 혈전부작용 논란이 생기면서 쌓아놓고 사용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정도 되니까 바이든이 ‘인도주의’를 되찾은 겁니다. 맨 먼저 캐나다와 멕시코에 AZ백신 4백만회분을 지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실상 미국 주변 방역인 셈이죠.

7.바이든의 인도주의 복귀를 재촉한 국제사회 여론도 한 몫 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와 각국 정상출신 유명인 175명이 지난 15일 ‘백신관련 기술특허 공유’를 촉구하는 편지를 바이든에게 보냈습니다. 인도주의 의사회 등 NGO도, 미국 상원의원 10명과 하원의원 100명도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백신관련 특허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해 각국에서 백신을 생산해야 극복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8.이에 대한 반론도 미국내에선 만만찮습니다. 백신을 만들어낸 제약사 입장에서 이런 주장은 명백한 특허침해이자 R&D방해입니다. 백신으로 돈 많이 번다는 차원을 넘어..미국 정부입장에서도 중국이나 러시아로의 바이오첨단기술 유출은 꺼려질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고 순탄한 접종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인도주의’에 어긋나는 자사이기주의, 백신민족주의로 비난 받을 겁니다. 시간이 갈수록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기술과 원료공급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9.백신 스와프를 제안했다 퇴짜맞은 한국이 이런 백신전쟁의 와중에 배워야할 점은 명확합니다.
-세계 백신생산을 좌우하는 기술과 원료는 여전히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동맹관계를 잘 관리하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인도처럼 되지 않으려면 끝까지 방역을 소홀히하면 안된다.
〈칼럼니스트〉
2021.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