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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격차는 산·학·연 협력 있어야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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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최근 반도체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반도체를 “21세기 편자의 못”이라 표현했다. 이 못이 없으면 국가가 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이보다 앞서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 불렀다. 그만큼 반도체는 산업 전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이고 국가 안보에도 큰 영향을 준다.

반도체 교육 수준 높으나 실습 부족 #반도체법에 인재 양성 계획 담겨야

미국 백악관은 지난 12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화상회의를 개최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세계 1·2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를 포함해 19개 기업도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반도체는 인프라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를 미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투자를 요청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의원 65명으로부터 반도체 지원을 요청하는 서한을 받았고 반도체 지원에 팔을 걷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으로 분산된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해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편으로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계획이 있음을 소개하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미리 차단하려는 의지도 보였다. 반도체를 두고 미·중은 한층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이게 됐다.

인텔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화답했고, TSMC도 미국에 4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와중에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도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침착하게 여러 상황을 고려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TSMC가 바이든 정부에 화답하는 방식을 너무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TSMC의 수요는 대부분 미국에 있고 중국에는 공장이 없지만,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에 반도체 공장과 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입장이 다르다. 우리는 미·중 사이에서 우리의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논리를 개발하고 소통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 특히 기업과 정부가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소통하고 가급적 한목소리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수월성을 지키고 초격차를 만들어야 하고, 시스템 반도체의 격차를 줄여가야 한다. 또 우리의 반도체 분야 강점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패러다임을 바꾸는 실용적 기술(신격차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것은 큰 숙제다. 그 밖에 센서·전력·광 반도체 개발 등도 숙제다.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믿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의 기술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고 중국 업체도 무시할 수 없다. 신격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산·학·연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생산적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제작 지원이 가능한 기업의 전향적 협력이 중요하다. 국내 기업은 많은 투자와 연구·개발로 대응하지만, 이 노력이 빛을 발휘하려면 인재가 필요하다. 정부는 신격차 기술과 도전적 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을 지원함은 물론이고 인재 양성을 위한 예산·정책 지원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

반도체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학생·교수 증원이 필요하다. 미·중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반도체 인력을 갖고 있다. 인력 증원과 함께 탁월한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의 반도체 교육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으나, 제작·측정·분석 등 실험·실습 측면에선 부족하다. 실험·실습을 원만히 하려면 좋은 시설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는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여당이 반도체지원특별법을 만든다니 이런 부분이 모두 반영되길 기원한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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