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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특별감독…대표 리더십, 조직구성까지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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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제정 후 강화된 정부 관리 방안을 살펴볼 수 있는 첫 번째 건설사 특별감독 결과가 나왔다. 법 위반 사항만 지적했던 과거와 달리 본사 안전이행 체계 전반을 지적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안전을 이유로 지나친 기업 부담 지우기에 나선다며 반발했다.

대표 리더십, 조직구성까지 지적한 특별감독

태영건설 아파트 브랜드 데시앙 고로. [사진 태영건설]

태영건설 아파트 브랜드 데시앙 고로. [사진 태영건설]

26일 고용노동부는 태영건설 특별감독 결과 산업재해보고의무 위반 등 59건 법 위반을 적발하고 2억450만원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 추가 수사를 통해 문제점이 더 드러나면 행정·사법 조치도 취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올해 초 발표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축 방향’에서 시공순위 200위 이상 건설사가 하는 100억원 이상 대규모 건설현장은 본사 중심의 책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2년 연속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본사와 소속 전국 현장을 동시에 특별 감독하기로 했다. 태영건설은 지난 2019년과 지난해 연속 사망사고가 난 데 이어 올해만 3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본사와 현장 동시 특별감독 대상이 됐다.

이번 특별감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태영건설 본사에 감독 내용이다. 원래 그동안 중대재해 발생과 관련해 건설사 본사 감독은 거의 하지 않았다. 대부분 법 위반은 현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력과 예산 권한을 쥔 본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고용부는 태영건설 본사의 ▶리더십 ▶안전관리 목표 ▶인력·조직 ▶위험요인 관리체계 ▶종사자 의견 수렴 ▶협력업체 안전역량 제고 6가지 사항을 문제 삼았다. 과거에는 경영상 문제였던 대표이사 리더십과 인력·조직까지 지적 대상에 올렸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용부는 태영건설 대표이사가 경영 활동에 있어 안전보건 분야 관심이 적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장기 경영전략에 있어 안전보건 항목이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이로 인해 안전보다 비용·품질을 우선시하는 기업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게 고용부 판단이다.

'2021년 산재 사망사고 감축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정부는 특히 대형건설사에 대해서는 본사 관리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뉴스1

'2021년 산재 사망사고 감축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정부는 특히 대형건설사에 대해서는 본사 관리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뉴스1

인력·조직 구성도 지적받았다. 태영건설 본사 안전 전담팀이 사업부서에만 편제돼 있어 위상이 낮다는 것이다. 또 현장 안전보건직 정규직 비율(30.9%)도 시공순위 20위 내 건설업체 평균(43.5%)보다 낮아 정규직 채용을 높일 것을 권고했다. 협력업체 관리까지 문제 됐다. 태영건설이 협력업체를 신규 등록할 때 안전보건 역량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협력업체 안전 능력 강화를 위한 지원이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대상이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본사 감독을 하더라도 행정적인 법 위반 사안만 봤지만 이번에는 실제 안전체계 작동 여부를 보기 위해 리더십·조직 구성까지 살펴봤다”면서 “실제 법상 이를 어떻게 하라고 강제할 권한은 없지만 추후 이행 여부를 확인해 업체 변화를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지나친 간섭 요식행위 될 수도”

태영건설 본사 감독 결과에 대해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현장 관리도 결국 본사 책임과 관리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본사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실효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 지적도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제 이번 특별감독 지적사항에 대해 태영건설도 공감을 표시했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는 사망사고가 엄청난 경영 부담이 되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가 예방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안전 감독을 이유로 관리·감독 부담을 기업에만 지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경영상의 문제인 경영자 리더십과 조직 구성까지 지적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는 것이다. A건설업체 고위 임원은 “정부가 업체 책임 묻기만 강화하다 보니 안전 구호를 몇 번 외쳤는지 교육은 몇 번 했는지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게 요즘 일”이라며 “이런 요식행위가 실제 사고 방지에 무슨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무리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리더십이나 조직 구성까지 세세하게 감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중대해재해를 좀 더 실질적으로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서 기업에게 도움을 주는 식으로 관리 감독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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