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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사라졌다"던 국힘…요즘 최대 계파 '유승민계'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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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른바 ‘유승민계’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앞서 탄핵과 이명박ㆍ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을 겪으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더이상 계파는 없다”는 분석이 많았다. 서로 각을 세웠던 친이ㆍ친박 등 옛 인물중심 의원 그룹이 맹주의 소멸로 사실상 와해됐기 때문이다. 앞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시절 잠시 ‘친황계’가 주목 받았지만, 황 전 대표가 이끈 야당이 21대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계파 자체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21대 총선 이후 초선이 당 과반(56명)을 차지한 만큼 “당에서 누군가의 덕을 보거나 줄 서는 정치는 이제 없다(초선 의원)”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 원내대표 선거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서 “유승민계의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보수 개혁을 화두로 내건 유승민 전 의원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형성된 그룹이 역설적으로 당내에선 단일ㆍ최대 계파로 떠올랐단 평가다.

당내에선 유의동ㆍ조해진ㆍ한기호(3선), 김희국ㆍ류성걸(재선), 김웅ㆍ강대식ㆍ신원식ㆍ유경준(초선) 의원 등이 이른바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원외에선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오신환ㆍ민현주 전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이 포함된다. 옛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유 전 의원과 친분을 맺은 인물부터 바른정당ㆍ새로운보수당 등을 거치면서 새롭게 측근으로 떠오른 인물이 섞여있다. 이들은 “합리적ㆍ개혁적 보수”를 표방하고 특히 2030 등 젊은 세대에 적극적으로 다가가려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유 전 의원은 최근 이들 일부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며 차기 대선 준비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차기 지도부 구성을 두고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유승민계가 당내 주류로 발돋움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조해진ㆍ김웅 의원과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유의동 의원 등이 이른바 유승민계의 지지를 업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초선 당대표론’의 대표주자인 김 의원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당 대표 적합도 2위를 차지하는 등 저력을 보이면서 이 같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최근 ‘마포포럼’ 강연에서 “집단 지도체제를 구성하면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 “개혁 마인드를 갖춘 젊은 인재들을 당 전면에 내세우자”는 등 당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차기 대선이 11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이번 당 지도부 구성이 대선 후보 결정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당내 전망이다. 전당대회 출마를 고려 중인 한 의원은 25일 “계파가 없다지만 이들은 실체가 있다”며 “‘초선 당대표론’도 그쪽에서 밀고 있는 것 아니냐. 파급력은 미지수지만 확실히 (유승민계가)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은 “유승민계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10년 간 계파갈등을 겪고도 당의 변화, 개혁, 쇄신에 대한 에너지를 견제하려는 악의적인 프레임"(유의동 의원)이라고 주장한다.
유승민계로 꼽히는 한 초선의원은 “오래 전부터 가깝게 지낸 5~6명의 사람들을 계파로 묶는 건 무리가 있다”며 “각 의원들이 독자적 판단으로 움직이는 거지, 지도부 선거에서 누가 누굴 밀어준다는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선주자’로서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이 저조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선수가 낮은 인물군으로 계파가 형성되더라도 강한 힘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유승민계로 꼽히는 한 의원은 “솔직히 유 전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처럼 대선주자로서 지지율이 높게 나오면 ‘힘이 있구나’하고 의원들이 쏠릴 수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유승민계가 주류란 이야기는)유 전 의원을 견제하는 인물들이 유ㆍ불리를 따져서 만든 이야기”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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