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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의 도시 천안, 이제는 빵 마케팅에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국적인 빵 맛집 상당수 

충남 천안은 호두과자의 도시다. 40여개 업체에서 연간 수백억원어치의 호두과자를 만들어 판다. 이런 천안시가 이번에는 ‘빵의 도시’를 선언하고 나섰다.

천안시 "빵 맛집 집중 발굴하기로"

천안 광덕 호두로 만든 호두과자. 중앙포토

천안 광덕 호두로 만든 호두과자. 중앙포토

천안시는 최근 천안시청에서 ‘빵의 도시 천안’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사)대한제과업중앙회 충남지회, 호두과자 업체 대표, 빵집 대표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우수 빵집을 발굴해 ‘천안 맛집’으로 지정하고 빵 브랜드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천안시는 매년 10월 10일을 ‘천안 빵빵데이’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날에는 빵 무료 시식회 등의 프로그램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천안의 대표축제인 흥타령춤축제 때는 행사장에 빵 전시관을 설치하기로 했다. 천안 빵을 널리 알리고 시민에게 맛볼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천안시는 빵에 얽힌 역사적 인물과 스토리를 담은 ‘천안의 빵 이야기’ 책자도 발간할 계획이다. 천안시 관계자는 “각종 행사와 전시회·체험행사 등에서 빵집을 알리고 마케팅 작업 등도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천안에는 현재 309개의 빵집이 있다. 여기에는 ‘못난이 꽈배기’ 점 13곳도 있다. 이 가운데 일부 빵집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방송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투어를 오는 맛집으로 소문났다고 천안시는 설명했다.

충남 천안시가 지난 20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제과업 협회 관계자와 지역 유명 제과 대표 13명이 참여한 가운데 빵의 도시 천안 활성화와 우수 빵집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충남 천안시가 지난 20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제과업 협회 관계자와 지역 유명 제과 대표 13명이 참여한 가운데 빵의 도시 천안 활성화와 우수 빵집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천안 빵 기술은 호두과자 덕분" 

천안시는 “지역에 빵집이 많은 것은 호두과자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했다. 호두과자 역시 형태나 제작과정이 빵과 거의 같기 때문이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천안에서는 호두과자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제빵기술이 발달했고 그 덕분에 유명해진 빵집이 최근 들어 급격히 늘고 있다”며 “이제 천안이 ‘빵의 도시’로서 다시 한번 명성을 얻게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천안 호두과자는 1934년 충남 천안역 부근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심복순 씨의 아이디어와 남편 조귀금 씨의 제빵 기술로 만들었다. 일제 강점기에 천안에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다. 조귀금씨 부부는 당시 일본인들이 보여준 서양의 제빵기술을 응용해 호두과자를 고안했다고 한다.

1934년 처음 호두과자를 선보인 원조집 `천안 학화호도과자`. 3대째 호두과자를 만들어오고 있다. 중앙포토

1934년 처음 호두과자를 선보인 원조집 `천안 학화호도과자`. 3대째 호두과자를 만들어오고 있다. 중앙포토

호두 모양의 빵틀에 밀가루 반죽과 천안 특산물 호두, 앙금을 넣어 빚어냈다. 이렇게 만든 게 원조격인 ‘할머니학화호두과자’다. 이어 1960년대 주변에 옛날호두과자·태극당· 대신제과 등 10여 개의 제과점이 등장해 경쟁하게 됐다. 학화호두과자는 10여 년 전부터는 가맹점을 통해 전국으로 퍼졌다. 출장 다녀온 아버지가 열차에서 사 온 호두과자는 어린 시절 귀한 간식이었다. 열차 안 호두과자 등 식품 판매는 무궁화호 등이 2017년, KTX는 2018년 중단됐다.

천안 호두과자는 대부분 천안에서 수확한 호두로 만든다. 천안 호두는 외국산 호두보다 무기질과 단백질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안 호두는 고려 말 유청신이 1290년 원나라에서 호두나무 묘목과 열매를 가져다 천안시 광덕면에 심었다. 천안시는 ‘유청신 선생 호두나무 시식지’라는 비석을 광덕사에 세우고 그가 남긴 공적을 기리고 있다. 광덕사에는 천연기념물 398호 호두나무가 있다.

천안=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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