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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근로자 해고되니, 100만원 미만 '초저임금'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월 100만원 미만을 받는 ‘초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증가했다. 반면 월 100만~200만원 미만의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크게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시직ㆍ일용직 등 저임금 취업자들이 우선적으로 타격을 받은 가운데, 월 100만원 미만을 받는 정부 주도의 단기 알바성 공공 일자리가 늘어난 여파로 분석된다.

[경제통]

24일 통계청의 ‘2020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취업자 수는 2708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42만1000명 감소했다. 이 가운데 임금 근로자 취업자도 지난해 2044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30만6000명 줄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고용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100만원 미만 임금근로자 비중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00만원 미만 임금근로자 비중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임금 수준별로 살펴보면 월 100만원 미만을 받는 임금 근로자의 비중은 10.6%로 전년(10.1%)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최저임금과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평균 급여도 함께 오르기 때문에 이 비중은 해마다 낮아지는 게 정상이다. 실제 이 비중은 2013년 하반기 12.8%에서 지난해까지 매년 감소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 처음 상승세로 반전한 것이다. 인원 수도 같은 기간 209만7000명에서 216만8000명으로 늘었는데, 전체 임금 구간 중 유일한 증가세다.

반면 차상위계층 격인 월 100만~200만원 임금 근로자 비중은 23.1%에서 21.9%로 1.2%포인트나 줄었다. 지난해 비중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구간은 ‘100만~200만원’이 유일했다. 인원 수도 479만3000명에서 448만6000명으로 30만7000명 줄었는데,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임금 수준별 근로자 비중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임금 수준별 근로자 비중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통계청은 100만원 미만 근로자 수가 늘어난 것에 대해 “정부의 재정 일자리 사업으로 공공일자리,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취업자 수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쓰레기 줍기와 잡초 뽑기, 교통 안전 지킴이, 5대강 환경 지킴이 등 하루 2~3시간 일을 하고 월 27만원을 받는 일자리가 대표적인 예다.

실제 분야별로 보면 공공행정ㆍ국방ㆍ사회보장행정에서 100만원 미만 근로자가 1년 새 7만3000명, 보건업ㆍ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5만9000명 늘었다. 정부가 노인 일자리 등 공공일자리를 대거 공급하는 산업군이다.

14일 서울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의 구인 게시판. 연합뉴스.

14일 서울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의 구인 게시판. 연합뉴스.

100만~200만원 구간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서는 “업종으로 보면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음식점업ㆍ도소매업ㆍ교육서비스업에서, 지위로 보면 임시일용직에서 취업자 수가 감소한 영향”이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이들은 임금이 낮은 저숙련 일자리로 분류되는데,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는 100만~20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7만7000명(14.6%), 도매 및 소매업에서는 10만9000명(16.2%) 등으로 크게 줄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타격을 입은 한계기업ㆍ자영업자들이 저임금을 받는 직원을 해고했고, 정부가 고용대란을 막기 위해 직접 나서면서 아르바이트 수준의 초저임금 일자리를 많이 만든 셈”이라며 “200만원 이상을 받는 다른 구간들의 비중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급여 소득자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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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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