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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은 잊지 않았다…에티오피아 노병 생일 챙긴 칠곡주민

중앙일보

입력

에티오피아 한 참전용사가 칠곡군이 전한 마스크를 들고 있다. [사진 경북 칠곡군]

에티오피아 한 참전용사가 칠곡군이 전한 마스크를 들고 있다. [사진 경북 칠곡군]

1951년 4월 24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에티오피아 군인 1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출정식을 열었다. 이들이 출정식 후 이들은 대한민국 전쟁터로 향했다. 한국을 돕기 위해 타국의 청년들이 목숨을 걸고 나선 것이다.

경북의 한 지자체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생일잔치를 연다. 6·25 참전 70주년을 기념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생일잔치는 경북 칠곡군이 주민들과 함께 준비했다. 칠곡군 측은 23일 "에티오피아 현지 시각으로 24일 오후 6시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참전용사회관에 생일상을 차린다"고 밝혔다.

4월 24일은 70년 전 에티오피아 출정식 열린 날

생일잔치를 24일로 정한 것은 70년 전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첫 번째 출정식이 열린 날에 맞춘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당시 다섯 차례 출정식을 통해 6000여명의 군인을 보냈다. 이들 중 120여명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에티오피아 현지엔 100여명의 참전 노병이 생존해 있다.

생일잔치를 위해 칠곡군은 뜻이 맞는 주민들과 전통시장에서 장을 봐서 잡채·약밥·미역국 등을 준비해 현지로 보냈다. 노병들의 입맛을 고려해 케이크·주스·쿠키 등이 담긴 생일 도시락도 별도로 준비했다.

미역국이 생일상 대표 메뉴

특히 생일상에 오를 미역국은 이번 행사의 대표 메뉴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바다가 없는 에티오피아에서는 미역을 구할 수 없다. 그래서 미역국 준비에 더 정성을 들였다"며 "미역을 사서 현지로 보내면 현지에 있는 한국인(후원 사업가 하옥선 지부장)이 당일 정성껏 끓여 내기로 했다. 미역을 보내기 위해 미역값의 3배가 넘는 항공 운송비용을 주민들이 부담했다"고 했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에게 전해지는 손가방. [사진 경북 칠곡군]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에게 전해지는 손가방. [사진 경북 칠곡군]

선물도 마련했다. 참전용사들이 고령임을 고려해 신분증 등의 물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양가죽으로 제작한 손가방이다.

생일상에 올려지는 음식 등 생일잔치 비용은 주민 60여명이 돈을 거둬 마련했다. 이들은 올 초 칠곡군에서 4월 24일 에티오피아 출정식에 맞춰 이를 기념하는 작은 행사를 열었으면 한다는 소식을 듣고, 생존 노병들을 직접 챙기겠다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에게 전달된 칠곡군의 후원물품. [사진 경북 칠곡군]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에게 전달된 칠곡군의 후원물품. [사진 경북 칠곡군]

다부동 품은 칠곡군 '호국의 고장' 자처 

6·25 전쟁 최대 격전지인 다부동과 낙동강 방어 전선이 있는 칠곡군은 '호국의 고장'을 자처한다. 이 때문에 칠곡군의 에티오피아 6·25 참전용사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칠곡군은 2015년부터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원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노병들을 칠곡군에 초청하는 행사를 열고, 코로나19 방역물품도 전달했다. 에티오피아 현지에 참전용사 동상을 세우고, 노병들이 주로 사는 마을(한국전참전용사마을)에 의료용품 등 생필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칠곡=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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