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 번 에이지 슈트 79세 골퍼 “자기 스윙·템포가 중요”

중앙선데이

입력 2021.04.24 00:02

업데이트 2021.04.2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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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3호 25면

즐기면서 이기는 매직 골프

에이지 슈트는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타수를 치는 거다. 그 어렵다는 에이지 슈트를 1년에 200번 넘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이준기 미드아마골프협회 명예회장이 그렇단다. 그는 1942년생으로 79세다. 혹시 에이지 슈트를 가끔 할지는 몰라도 밥 먹듯 하긴 어렵다. 기자로서 미심쩍은 건 확인해야 했다.

이준기 미드아마협회 명예회장
부상으로 정석 아닌 변칙 스윙
65세 때 시니어 아마선수권 우승

“항암 치료 골프와 함께 이겨내
머리 많이 쓰고 욕심부리면 안돼”

사실 취재가 걱정됐다. 기억력 등이 젊은 사람 같지는 않을 것 같아서다. 운동 전날 함께 식사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기억력, 청력 등이 쌩쌩했다. 과묵한 경북 어르신인 것을 고려하면 말수도 많았다. 술도 마셨다. 폭탄주를 몇 잔 마시다, 배가 부르다며 소주로 바꿨다. “술 드시고 내일 라운드가 되겠냐”고 했더니 이 회장은 “술은 가장 좋은 음식”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경북 김천의 포도CC엔 쌀쌀한 바람이 많이 불었다. 골프 스코어를 내기에 좋은 날씨가 아니었다. 이 회장은 2~3년 전까지는 블루티를 쓰다 화이트 티를 이용한다. 첫 홀 보기를 해서 쉽지 않나 했는데 2번 홀 파, 3번 홀 버디를 했고 전반 1오버파였다. 나인홀이 끝난 후 맥주를 한잔해서인지 후반 첫 홀 더블보기를 했다. 그러나 결국 75타로 마쳤다. 또 한 번의 에이지 슈트였다.

이준기 미드아마골프협회 명예회장은 스윙 후 몸이 나가지만 임팩트 순간엔 축이 정확히 유지된다. 성호준 기자

이준기 미드아마골프협회 명예회장은 스윙 후 몸이 나가지만 임팩트 순간엔 축이 정확히 유지된다. 성호준 기자

공은 자로 잰 듯 똑바로 갔다. 18홀 내내 드라이버는 한 번도 페어웨이를 벗어나지 않았다. 평균 거리는 190m 정도였다. 7번 아이언으로 130m, 8번 아이언으로 120m를 쳤다. 거리가 많이 남아도 부담이 없었다. 아이언보다 하이브리드를 더 잘 쳤다. 바람이 문제가 안 됐다. 사이드 스핀이 거의 걸리지 않는 스윙이어서 맞바람이나 옆바람에 공이 흔들리지 않았다. 캐디는 “스무 살부터 팔십 살까지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이렇게 공 잘 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벙커샷을 비롯한 쇼트게임과 퍼트도 좋다.

이 회장은 에이지 슈트를 세지 않는다. 그는 “1년에 3번 빼고 에이지슈트는 와전된 거고 200라운드 중 4분의 3 정도 에이지 슈트가 아닐까”라고 추산했다. 67세 때 65타로 첫 에이지 슈트를 했다. 적게 잡아도 1000번 넘게 에이지 슈트를 한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에이지 슈트를 한 골퍼가 아닐까.

PGA 투어에서 마지막 에이지 슈트는 2001년이다. 71세의 아널드 파머가 자신이 설계한 코스에서 71타를 쳤다. 이후 20년 동안 에이지 슈트가 없다. 나이 들어도 몸 관리를 잘한 프로 선수는 샘 스니드와 게리 플레이어다.

스니드는 당대 최고 장타자로 52세에도 우승하고 70대에도 발차기를 하면 발이 자신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67세에 PGA 투어에서 67타와 66타를 쳤다. 플레이어는 64세에 64타로 최연소 에이지 슈트 기록을 보유했다. 그러나 똑같이 79세에 만났다면 이준기 회장이 더 좋은 스코어를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회장의 스윙폼이 김효주나 최나연처럼 완벽하지는 않다. 백스윙을 수직으로 들고 오른손이 오른 무릎을 지나며 빗자루로 땅을 쓰는 것처럼 친다. 임팩트 후 상체가 앞으로 나간다. 그러나 임팩트 시엔 척추 각도가 그대로 유지됐다.

그가 원래 변칙 스윙을 한 건 아니다. 1990년쯤 오른 다리에 깁스한 상태로 골프를 했다. 이 회장은 “의사가 단단하게 깁스를 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칠 수는 있다고 해서 나갔다”고 했다. 이 회장은 “목발을 짚고 신발을 못 신고 발에 비닐을 씌워 골프장에 갔다. 깁스가 버팀목 역할을 해줘 아주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날 77타를 쳤다.

골프 친구들이 이 소식을 듣고 도전했다. 원래 이 회장에게 9홀에 석 점씩 핸디캡을 받던 사람들이었는데 반대로 석 점씩을 주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받지 않았다. 3홀 연속파를 하니 친구들이 원래 주던 핸디캡을 달라고 했다. 그날 이븐파를 쳤다. 이 회장은 "나이가 들고 몇 차례 다쳐 스윙이 변칙이 됐는데 나름 효율적이어서 이대로 간다”고 말했다.

65세 때인 2007년 55세 이상 출전 가능한 세계 시니어 아마선수권에서 이 회장이 우승했을 때 참가자들은 "난생처음 본 변칙 스윙이 우승했으니 이제 골프 스윙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맞다. 스윙 폼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용품도 멋 낼 필요 없다. 이 회장은 긴 브룸(빗자루) 퍼터를 쓴다. 입스에 걸린 후 바꿨다는데 놓치는 퍼트가 별로 없다. 드라이버는 브리지스톤, 우드와 하이브리드는 뱅, 아이언은 브리지스톤을 썼다.

이 회장은 건강을 타고났다. 그러나 골프 때문에 건강해진 측면도 있다. 라운드할 때 주로 걸었다. 겨울 태국에 전지훈련을 가면 하루에 2라운드를 한다. 이 회장은 "골프장 안 가는 날은 연습장에서 하루에 공 5~6박스씩 친다”고 했다.

폐암 등 암 수술을 세 번 했다. 이 회장은 "항암 치료가 힘들었지만, 골프와 함께해서 이겨낼 수 있었다. 아니 골프를 치고 싶어 병을 극복한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받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는 "너무 머리 많이 쓰고 고민하고 욕심부리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좋은 스코어를 내는 비결을 이 회장은 "자기 자신의 스윙을 알고, 자기 자신의 경기 템포에 맞게 경기해야 한다. 동반자가 너무 느리거나 너무 빨라 흐름을 뺏기면 스코어가 망가지니 기분 나쁘지 않게 나의 템포로 끌고 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기 회장은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 50년 골프를 했지만 지금도 하루 10박스를 치기도 한다. 퍼팅을 잘 하려면 퍼터를 침실로 갖고 들어가 껴안고 잘 만큼 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모래에서 공을 치면서 정확한 임팩트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스윙 내내 축이 항상 고정되어야하고 백스윙에서 꼬인 힘이 자연스럽게 풀리게 해야한다. 50m 정도를 8번이나 9번 아이언으로 칩샷 연습을 하면 아이언이 똑바로 가게 할수 있다. 아이언은 멀리 치는 게 아니라 거리 편차가 2~3미터 되도록 일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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