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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한·미 동맹은 냉전 동맹” 친강 中 미국대사 유력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08년 5월 27일 이명박 당시 한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첫날 친강 당시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웹사이트]

지난 2008년 5월 27일 이명박 당시 한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첫날 친강 당시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웹사이트]

“방중 전 한·중 전면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이명박 한국 대통령은 동시에 한·미 군사동맹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미 관계가 한·중 관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나?”

대사 경력 없고, 미국통 아닌 첫 대사 #홍콩 언론 “강경 발언, 차가운 인물” #中, 주미대사직 차기 키우는 자리로

지금부터 13년 전인 2008년 5월 27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장. 이날 시작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에 일본의 한 베이징 특파원이 물었다. “한·미 군사 동맹은 역사가 남긴 하나의 산물이다. 잘 알다시피 시대가 변했다. 동북아 역내 각국의 상황도 큰 변화를 맞았다. 냉전 시대의 이른바 ‘군사동맹’으로 지금 세계와 지역이 직면한 안보 문제를 관찰하고 가늠하고 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한·미 동맹은 냉전 시대 군사동맹” 발언은 곧 국빈 방문 중인 한국 정상에 대한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 크게 번졌다.
이 발언의 주인공인 친강(秦剛·55)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신임 미국 대사로 임명이 유력하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21일 자(현지시각)로 보도했다.
WSJ은 친 부부장을 워싱턴에 보내, 중국 지도부는 미·중간 정기적인 고위급 회담을 복원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능한 외교관을 희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풀이했다.
홍콩 언론은 친 부부장의 주미 대사 임명이 확정된다면 중국의 주미대사 역할에 중대한 변화를 상징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홍콩 명보의 중국 전문 평론가 쑨자예(孫嘉業)는 22일 칼럼을 통해 “친강은 외교부 지도부 중 가장 젊고, 4명의 부부장 중 서열이 최말단”이라며 “해외 경험은 세 차례 영국 대사관 근무에 불과하고 13명의 현 외교부 지도부 중 중앙조직부, 상무부 출신 2명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대사 경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WSJ 보도처럼 “동급 외교관 중 경험이 풍부한 외교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두번째) 미국 대통령 부부가 중국 국빈방문 첫날 자금성 태화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자금성 황제 의전을 기획한 친강(오른쪽 두번째)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중국 주미대사에 유력하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 보도했다. [중앙포토]

지난 2017년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두번째) 미국 대통령 부부가 중국 국빈방문 첫날 자금성 태화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자금성 황제 의전을 기획한 친강(오른쪽 두번째)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중국 주미대사에 유력하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 보도했다. [중앙포토]

친강은 외교부 대변인 기간 강경한 발언과 차가운 표정으로 기억되는 인물로 현 화춘잉(華春瑩) 신문사(대변인실) 국장, 훙레이(洪磊) 예빈사(의전사) 국장이 과거 신문사 국장 시절의 부하직원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 부임 이후인 2014년 기율 위반으로 낙마한 장쿤성(張昆生) 의전국장을 이어 시 주석의 순방과 외빈 방중 시 의전을 담당했다. 특히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중 당시 자금성 황제 의전 현장 카메라 앵글에 포착되기도 했다.(사진)
명보는친강 이전 중국은 수교 전 연락처 주임을 포함 총 11명의 주미대사가 있었으며 이들은 모두 경험이 풍부한 백전노장의 외교관이었다고 설명했다. 초대 연락처 주임 황전(黃鎭)은 대장정에 참여한 홍군 출신으로 헝가리·인도네시아·프랑스 대사를 역임한 뒤 미국에 부임했다. 현임 추이톈카이(崔天凱) 대사 역시 주일대사를 역임했고, 한쉬(韓敍), 주치전(朱啓禎) 두 대사가 주미대사 전 대사 경력이 없었지만 모두 미주국 국장을 역임한 미국통이었다.
또, 전임 주미 대사는 대부분 60세 이상으로 가장 젊었던 대사는 지난 2001년 만 50세에 부임한 양제츠(楊潔箎) 현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다. 친강 부부장이 만일 올해 미국에 부임하면 두 번째 젊은 미국대사가 된다.
이에 따라 경력이 일천한 친강 대사의 미국 대사 부임은 미국 대사직이 차세대 외교 지도부를 키우는 자리가 된다는 의미라고 쑨자예는 분석했다. 2019년 홍콩 시위사태 이후 홍콩과 전혀 무관한 샤바오룽(夏寶龍), 뤄후이닝(駱惠寧)을 소방대장으로 투입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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