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과학자 국제논문 심사 까다로워질 수도"

중앙일보

입력

"줄기세포가 단 한 개라도 있기를 빌었는데…."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밝힌 "황우석 교수팀의 환자 맞춤형 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가 없다"고 발표한 이후 서울대와 생명공학계 교수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한숨에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한국 생명과학계의 참담한 심정이 담겨 있다. 국제적인 망신도 망신이지만 범국민적인 지지와 난치병 환자들의 기대는 또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에 대한 깊은 우려도 있었다.

◆ 서울대는 '망신'=서울대 교수들은 거의 공황 상태다. 줄기세포를 11개로 부풀린 정도는 이해한다 하더라도 줄기세포 자체가 존재하지 않은 것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교수들이 있다. 황 교수의 해명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과학계에서는 논문 철회가 거의 확실하고, 그 영향이 국내 과학계에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그렇지 않아도 황우석 신드롬으로 성체나 제대혈 등 다른 연구를 하는 사람은 2-3류 취급을 받았다"며 "앞으로는 우리나라 모든 연구원이 국제 과학계에서 이런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6개월이면 통과될 논문도 앞으로는 까다로운 심사로 1~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 황 교수 어떻게 되나=줄기세포가 없거나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이 확인되면 황 교수와 연구팀원들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연구를 다시 검증하는 것이 급선무다. 줄기세포가 없다는 사실이 최종 확인되면 황 교수에게는 '학문적 사형선고'가 내려질 것이란 전망이다. 황 교수의 사직 형태가 아니라 파면도 가능하다. 또 황 교수의 논문은 국제적인 과학저널에 실리기가 쉽지 않다. 소장파 교수들은 국민을 속인 황 교수 등을 개인비리로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서울대와 생명공학계가 사는 길이라는 것이다.

◆ 과학계 위신 복원해야=전북대 과학학과 김근배 교수는 "외국에선 황 교수팀의 개인 문제로 볼 뿐 한국 과학계 전체의 문제로 보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상황이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번 사태를 극복하는 길은 각 분야에서 열심히 연구해 좋은 성과를 거두는 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음지에서 줄기세포를 줄기차게 연구해온 수많은 연구 인력과 인프라도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에 희망을 주고 있다.

마리아 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줄기세포 연구는 황 교수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분야 외에도 냉동배아, 제대혈, 성체줄기세포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이 모든 분야에서 기반기술을 갖추고 앞서 가기 때문에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