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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사랑하는 베네수엘라 갈매기 마차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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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국 생활 2년 차인 롯데 마차도가 올해도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롯데]

한국 생활 2년 차인 롯데 마차도가 올해도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롯데]

원유 매장량 1위, 미인의 나라. 남미 국가이지만 야구 인기가 축구를 앞지르는 나라. 베네수엘라다. 부산이 가장 사랑하는 베네수엘라인, 바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딕슨 마차도(29)다.  KBO리그의 외국인 타자는 수비보다는 타격에 초점을 맞춘다. 10명 중 9명의 외국인 타자가 1루수(6명) 또는 외야수(3명)다. 딱 한 명의 예외가 마차도다. 그는 야수 가운데 수비력을 중시하는 유격수다.

한국 생활 2년 차 선수·구단 만족 #지난해 올스타 1위, 올해도 꾸준 #롯데 “귀화 추진”…본인은 신중

성민규 롯데 단장은 지난해 마차도를 영입하면서 “타율 0.270, 홈런 8개, OPS(장타율+출루율) 0.750 정도면 만족한다. 그보다 수비만 안정시켜주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최종 성적은 타율 0.280, 12홈런 15도루, OPS 0.778.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이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 3.25는 팀 내 2위. 당연히 롯데는 마차도와 재계약했다. 연봉도 인상됐고, 계약기간도 단년이 아닌 1+1년으로 늘어났다. 최근 사직구장에서 만난 마차도는 "한국, 롯데에서 더 뛸 수 있어 기뻤다"고 했다.

부산 갈매기의 마차도 사랑은 대단하다. 코로나19로 열리진 않았지만 마차도는 지난해 올스타 투표 전체 득표 1위를 차지했다. 외국인 선수로는 2008년 롯데 카림 가르시아(멕시코) 이후 두 번째다. 마차도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굉장히 기뻤다. 올스타만으로도 기쁜데 최다득표는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그는 “관중이 가득 찬 사직구장 영상을 봤다.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면, 꼭 경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스트레일리가 제작한 마차도 셔츠.

지난해 스트레일리가 제작한 마차도 셔츠.

최근 마차도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6일 NC 다이노스전에서 투수 송명기의 투구에 머리를 맞았다. 헬멧 정면을 강타당한 마차도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목보호대를 하고, 구급차로 병원에 후송됐다. 검진 결과 이상이 없었고, 사흘 뒤 합류했다. 마차도는 "지금은 전혀 문제없다. 공을 맞자마자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했다. '정신을 잃지 말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마차도는 “여러 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괜찮냐. 빨리 회복되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고맙고 힘이 됐다”고 인사했다. 마차도는 복귀 후 7경기 중 6경기에서 안타를 쳤다. 2루타도 4개다. 경쾌한 풋워크, 강한 어깨를 활용한 수비도 여전하다. 다이빙 캐치도 간간이 선보인다.

미국에서는 배트 플립(홈런을 친 뒤 방망이를 던지는 것, 일명 ‘빠던’)이 금기지만, KBO리그에 온 외국인 선수는 간혹 ‘빠던’을 한다. 마차도는 배트를 살살 놓는다. 마차도는 “미국 습관이 남아서 그렇다. 사실 내가 친 홈런은 간신히 담장을 넘어가기 때문에 자랑거리가 아니다”라며 웃었다.

최근 프로야구엔 베네수엘라 출신이 급격히 늘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과 롯데 팀동료 앤더슨 프랑코 등 7명(선수 5명)이나 된다. 마차도는 2019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만난 수베로에게 한국행에 대한 조언을 하기도 했다. 마차도는 "틈틈이 연락을 한다. 필드에서 만나면 서로 궁금한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한국야구에 대한 것도 알려준다"고 했다.

홈런을 쳐도 묵묵한 표정으로 베이스를 도는 마차도. [연합뉴스]

홈런을 쳐도 묵묵한 표정으로 베이스를 도는 마차도. [연합뉴스]

마차도의 가족(아내, 1남1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에서 함께 살고 있다. 지난해보다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했고, 가족 모두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아들 디아고(6)는 종종 야구장에 데려와 함께 연습을 하기도 한다. 마차도는 "아들에게 야구를 억지로 권할 생각은 없다. 야구를 가르치긴 하지만, 나중에 '야구를 하고 싶다'고 할 때 더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살 때 야구를 시작했다는 마차도는 "어렸을 때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형과 날 야구장에 데려가 연습을 시켰다. 부모님은 내가 스포츠와 학업을 병행하길 원했고, 나도 야구에만 몰두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14살 때 아무 것도 모르고 미국으로 건너갔따.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한 줄 알았는데 마이너리그 팀에서 온갖 고생을 했다. 사실 메이저리그가 목표도 아니고, 베네수엘라 대표선수가 목표였는데 이렇게 됐다"고 했다.

실력과 인성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에게는 늘 ‘귀화’ 얘기가 붙는다. 성민규 단장은 “마차도가 원한다면 귀화도 추진하겠다. 은퇴 후 코치가 된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 생각은 어떨까. 마차도는 “잘 모르겠다”며 어깨를 들어 보였다.

부산=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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