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해제일이 어느덧 2주 앞으로 다가왔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3월 16일부터 금지한 공매도를 다음 달 3일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재개한다. 공매도가 처음인 개인 투자자는 최대 3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사서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그동안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이야기를 들어왔다. 하지만 개인도 공매도에 나설 수 있게 되면서 이제 투자자의 관심은 어떤 종목에 공매도가 몰릴 지로 쏠린다.
증권가에서도 공매도 타깃이 될만한 종목을 추려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과 기관은 물론 개인 투자자도 공매도할 수 있게 된 만큼 '쇼트 리스트'(공매도 종목)를 파악해둬야 투자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주가 많이 오른 종목=증권업계는 고평가된 종목에 공매도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KB증권은 지난해 3월 공매도 금지 전 대차잔고가 상위 30% 안에 드는 종목을 골라냈다. 대차잔고란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린 뒤 상환하지 않은 물량을 말한다. 일종의 '주식 마이너스 통장'이다.
이렇게 선별한 '단골 공매도' 종목 중 올해 실적 전망치를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과 주가순자산비율(P/B)이 국내외 또래 기업 평균보다 10% 이상 높으면서 지난 3개월 수익률도 높은 종목을 추렸다.
그 결과 SK이노베이션과 SKC, 한솔케미칼, HMM, 한국항공우주, 현대미포조선, KCC, SK네트웍스, 아모레퍼시픽, 한국콜마, 메디톡스, 한국금융지주, 일진머티리얼즈, 펄어비스가 공매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공매도가 익숙한 종목 중 또래 기업보다 주가가 오른 데다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도 높다면 공매도 측면에서 더 눈에 띌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매도 빈도수 높은 종목=헤지펀드가 페어 트레이딩을 할 때 공매도 후보로 많이 등장하는 종목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페어 트레이딩은 사업 환경이 유사하고 가격의 상관관계가 비교적 높은 동일 산업의 두 종목을 짝지어 저평가 종목은 롱(매수), 고평가 종목은 쇼트(매도)하는 투자 기법이다.
KB증권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아모레퍼시픽, KG이니시스, NHN한국사이버결제, 화승엔터프라이즈, 아모레G, 메리츠증권, 신세계인터내셔날, 씨젠 등이 공매도 사정권에 든다고 밝혔다.
◆전환사채 발행 종목=전환사채(CB) 발행이 많은 종목에도 공매도가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만기가 됐을 때 미리 정해둔 전환가격보다 주가가 높으면 주식으로 바꿔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 CB 발행이 많은 종목은 전환사채를 매수하고 주식을 공매도해 차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크다.
예컨대 주식 전환가격이 3만원이고 주가가 10만원일 경우 주식을 빌려 10만원에 공매도한 뒤 나중에 사채를 주식으로 바꿔 갚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7만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LG디스플레이(5631억원), 화승엔터프라이즈(1173억원), 키움증권(633억원), 롯데관광개발(579억원)에 공매도가 유입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박은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환사채를 공모 혹은 투자기관에 발행할 경우 공매도 유인이 높아진다"며 "전환사채가 외부 투자자에게 발행되면서 차익거래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