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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엄마, 아빠 출장가고 없으면 반찬도 줄어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인춘의 깍지외할미(16)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반찬 수 확 준 아빠 없는 아침 식탁 

“왜 그러니? 깍지야, 밥 먹기 싫어?”
“엄마. 반찬이 이게 다예요?”
“네가 잘 먹는 단무지, 햄 있잖아.”
“엄마는 뭘 먹어요?”
“난, 그냥 김치 하나면 돼. 왜 반찬 더 만들어줄까?”
“아니, 됐어요. 엄마.”

오늘 아침 식탁엔 갑자기 반찬이 확 줄었어요.
아빠가 안 계셔서 그런 가봐요.
아빠는 어제 지방 출장을 떠나셨거든요.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 고등어구이, 달래무침도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계란찜도 없습니다.
엄마는 그냥 밥에다 물 말아서 국처럼 훌훌 마셨습니다.
그냥 대충 먹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는 아빠가 계시지 않으니까 반찬도 하기 싫어졌나 봐요.
엄마! 너무 했어요.
엄마하고 나하고는 사람도 아닌가요?
나는 엄마가 들리지 않게 혼자 속으로 가만히 말했습니다.

에구~ 에미야! 참말로 잘 허는 짓이다.
느그 딸 깍지가 하는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읎구만 그려.
오죽 혔으면 깍지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겄냐?
에미란 것이 뭐하는 거여?
애비가 없다고 겅개(반찬)도 만들기 싫은 거시여?

허기사 남편 하루 이틀 없으면 겅개 신경 덜 쓸수도 있지만서두.
그래두 그렇지, 단박에 눈치나게 겅개가 줄어들면 딸한테 쏙 보이잖혀.
에미 노릇허기가 그려서 어렵다고 허는 거시여.

글고 보면 요즘 쪼만한 아이들은 참말로 영악 시런 게 어른 뺨친당께.
시방 에미가 헌대로 이 다음에 깍지도 고대로 흉내내서 허면 으쩔려구 그러냐?
긍께, 니도 흉 잽히는 일은 아예 허들말어.
아이들이라고 얕보지 말으란 말이여.
지발 조심, 조심혀라. 잉!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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