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팀 "사이언스가 안 한 검증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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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이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연구성과 전반에 걸쳐 검증 작업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PD수첩과 황 교수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의 진위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PD수첩은 2일 기자회견에서 "(황 교수팀이 건네준 줄기세포의 DNA 검사 결과) 결과가 명확한 한 개의 줄기세포 DNA가 (환자의 DNA와) 일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PD수첩의 의뢰를 받아 줄기세포 DNA 검사를 한 유전자 감식업체가 동일한 샘플로 실시한 두 차례의 검사 결과가 달랐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 진짜냐 가짜냐=PD수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이언스(미국의 과학저널)가 하지 않은 검증을 한 것이며 검사 결과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또 황 교수 측에 "재검증을 하자"고 요구했다.

최승호 책임PD는 "황 교수에게서 받은 2번 줄기세포의 DNA 지문이 황 교수 2005년 논문에 나오는 2번 줄기세포의 DNA와 달랐고 체세포와도 달랐다"며 "황 교수 논문에 담긴 11개의 줄기세포 어느 것과도 일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PD수첩이 황 교수에게서 받은 줄기세포가 논문과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줄기세포라는 뜻이다. 4번 줄기세포에 대해 최 책임PD는"DNA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과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 등 황 교수 측 관계자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검증을 받았다. PD수첩 측의 검증 과정이 잘못됐으며 조작됐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 검사 과정 논란=PD수첩의 의뢰로 DNA검사를 한 민간 유전자 검사업체 아이디진 김은영 검사팀장은 "PD 수첩이 15개씩 들어 있는 시료를 두 차례 가져와 검사를 두 번했다"며 "첫 번째 검사에서는 1개의 시료만 판독이 가능했고 두 번째 검사에서는 그마저도 판독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첫 검사에서 판독된 시료는 PD수첩이 불일치의 증거로 제시한 2번 줄기세포다. 또 PD수첩 측이 모 대학에 15개의 시료를 검사했을 때도 모두 판독 불능으로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한면수 유전자분석과장은 "투명한 절차에 따라 검사를 두 번 했다면 결과도 같아야 한다"면서 "검사 과정에 대한 믿을 만한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 결과가 다르게 나왔기 때문에 PD수첩의 검사 결과를 믿을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 재검증 논란=최 PD는 이날 회견에서 "한 번의 검증으로 모든 의문이 해소되는 것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황 교수와 2차 검증(재검증)을 의논했으며 2차 검증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 교수 측은 "국과수와 사이언스에서 엄정한 검증을 거쳤는데 재검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 '영롱이' 세포.피도 가져 가=PD수첩팀은 황우석 교수가 1999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체세포 복제에 성공한 젖소 '영롱이'도 검증하겠다며 세포와 피를 가져 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병천(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영롱이 세포도 보관하지 않느냐'며 다그쳐 냉장고를 찾아보니 구석에 있어 내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PD수첩' 최승호 책임PD는 "영롱이와 관련한 체세포 문제를 검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1차 검증 결과가 유의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 책임PD는 "2차 검증을 요구했으나 황우석 교수팀 측에서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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