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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계좌 잡아내고, 코로나19 문진까지…진격의 ‘로봇 사원’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와 52시간 근무의 영향으로 국내 RPA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접목되면서 RPA의 업무 역량이 높아지고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사진 포스코ICT]

코로나19와 52시간 근무의 영향으로 국내 RPA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접목되면서 RPA의 업무 역량이 높아지고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사진 포스코ICT]

A은행은 의심거래 분석 업무를 2017년부터 ‘프로세스 자동화(RPA) 로봇’에게 맡기고 있다. 이 로봇은 고객의 휴면 계좌에서 갑작스러운 거래가 발생하거나 고액이 송금되는 등의 의심 사례를 수집한다.

의심 리스트를 전달받은 또 다른 로봇은 서로 분석 건수를 나눠 업무량을 조정한다. 이어 리스트에 오른 고객의 평소 거래 패턴ㆍ신용도ㆍ세금 납부 실적 등을 꼼꼼히 조사한다. 분석이 마무리되면 이번엔 리포팅 전담 로봇이 보고서를 작성해 상사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올해 5년차RPA, 인공지능 만나 진화     

포스코ICT가 개발한 RPA 솔루션인 ‘에이웍스’가 A은행에서 활용되는 모습이다. 올해로 ‘입사’한지 5년차가 되는 RPA가 인공지능(AI)을 만나 더 똑똑해지고 있다. 초기엔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AI 기술이 적용되면서 협업과 판단이 가능한 수준으로 진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RPA가 스스로 학습하고, 서로 협업하며, 간단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커지는 글로벌 RPA 시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커지는 글로벌 RPA 시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지난해 KB국민은행은 LG CNS의 RPA를 적용한 ‘자동 급여이체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은행의 급여이체 담당자는 기업의 급여대장을 일일이 뽑아서 은행 내부망으로 옮긴 뒤 필요한 정보를 뽑아내야 했다. RPA 도입 이후엔 클릭 한 번으로 기업의 급여대장을 은행 내부망으로 옮겨올 수 있다. 이어 AI가 급여이체에 필요한 데이터만 추출하면 RPA가 해당 문서를 은행의 급여이체 시스템에 등록한다. LG CNS 관계자는 “양식과 표현이 다른 수십만 개의 급여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5시간 걸리는 통관 작업, RPA는 5분이면 끝

LG CNS 사내벤처 프로그램에서 육성한 햄프킹의 RPA+AI 로봇사원은 5시간 걸리던 통관 작업을 5분만에 해낸다. [사진 LG CNS]

LG CNS 사내벤처 프로그램에서 육성한 햄프킹의 RPA+AI 로봇사원은 5시간 걸리던 통관 작업을 5분만에 해낸다. [사진 LG CNS]

LG CNS의 사내 벤처에서 출발해 분사한 햄프킹 로봇은 세관 업무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접수되는 송장을 광학문자판독(OCR)으로 읽어낸 뒤 ‘AI 인식 기술’을 이용해 필수 정보만 추출한다. 이렇게 추출한 정보를 관세 시스템에 입력한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 한 개당 5시간가량 걸리던 통관 작업이 5분으로 줄었다.

RPA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 단축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계약별 운임비 정보를 등록하는 업무에 RPA를 활용하고 있다. 직원이 할 경우엔 30분씩 걸리는 일이 RPA를 투입하면 7~8분 정도면 충분하다. 세계적 조선회사인 B기업은 삼성SDS의 RPA 솔루션인 ‘브리티’를 선박 건조에 적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선박 건조에 드는 시간을 10만 시간 이상 줄였다.

임직원 코로나19 문진도 RPA가 대체  

포스코ICT는 자사 RPA 솔루션인 에이웍스를 AWS(아마존웹서비스)의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서비스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진 포스코ICT]

포스코ICT는 자사 RPA 솔루션인 에이웍스를 AWS(아마존웹서비스)의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서비스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진 포스코ICT]

기업 내 행정 업무도 RPA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삼성SDS는 자사 RPA를 통해 일요일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문진을 한다. 챗봇을 통해 정부 지정 고위험 시설 방문 여부, 몸 상태 등을 체크한 뒤 답변을 분석한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RPA 시장은 2019년 12억5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에서 2024년 33억9200만 달러(약 3조8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기업들도 적극 시장을 확대하는 중이다. 포스코ICT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객은 필요한 RPA를 선택해 사용하고 사용량만큼 비용을 내는 방식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RPA는 외국에선 이미 성숙한 시장이지만 국내에선 코로나19로 인해 뒤늦게 주목받고 있는 분야”라며 “기업 입장에선 원가 절감과 이익 개선에 큰 도움을 받겠지만, 사회적으로는 일자리 감소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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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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