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논란 후폭풍…"폐에 발효유 들어가면 오히려 치명적"

중앙일보

입력 2021.04.15 18:35

업데이트 2021.04.15 22:44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자 실제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자 실제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한다는 남양유업 발효유 ‘불가리스’를 놓고 후폭풍이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와 학계는 ‘효과를 알 수 없다’며 연구 결과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개·원숭이세포에 바이러스+불가리스 넣어 실험
전문가 “폐에 발효유 들어가면 오히려 치명적”

논란은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지난 13일 주관한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시작됐다. 대전에 있는 한국의과학연구원은 순수 민간 연구기관이다. 의과학연구원 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발효유의 항바이러스 기능성과 잠재적 가치에 대한 성과를 알리고자 행사를 열었다”고 말했다.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이날 “불가리스 완제품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김경순 한국의과학연구원 마이크로바이옴센터장이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남양유업]

김경순 한국의과학연구원 마이크로바이옴센터장이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남양유업]

남양 측은 ‘불가리스가 바이러스를 죽인다’는 근거로 두 가지 실험을 제시했다. 먼저 남양유업 의뢰로 의과학연구원이 수행한 연구용역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소멸했다는 것이다. 의과학연구원은 약 25℃에서 불가리스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배양액과 혼합하고 2시간 후 개의 신장 세포에 주입했다. 이후 신장 세포를 확인했더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99.999%가 죽어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박정은 충남대 수의학과 공중보건 연구팀은 불가리스 완제품을 코로나19 바이러스 배양액과 혼합한 뒤 원숭이의 폐 세포에 접종했더니, 코로나바이러스 77.78%가 줄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1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남양유업 불가리스 제품. [연합뉴스]

1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남양유업 불가리스 제품. [연합뉴스]

남양 측은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입안으로 인체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입될 경우 불가리스가 바이러스를 99.999% 소멸시키며 ▶불가리스를 150mL 마실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75%를 사멸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먼저 이번 실험이 세포실험에 그쳤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인체에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얻으려면 세포실험→동물실험→임상(1·2·3상)을 거쳐야 한다. 가장 초기 단계인 세포 실험만으로 인체의 효과를 논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험실 수준의 연구 결과를 두고 코로나19 효과를 언급하는 것은 평가할 가치조차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백순영 카톨릭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도 “추후 불가리스로 동물·인체실험을 하더라도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체외에서 불가리스 완제품을 바이러스와 섞어 숙주 세포에 주입하는 실험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코와 입의 점막을 통해 폐로 들어간다”며 “만약 불가리스를 코로 들이켜 75%의 바이러스가 죽었다는 주장은 가능할 수 있으나 발효유를 입으로 마셔서 폐에 도달하게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중앙일보는 연구를 진행한 김경순 한국의과학연구원 마이크로바이옴센터장과 박정은 교수팀에 수 차례 연락했으나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남양 측은 “모든 실험은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방법으로 진행했다”며 “내부 일정상 담당 연구원들은 통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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